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79> 남매들과 함께 꾸민 이야기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79> 남매들과 함께 꾸민 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7.07.3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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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과 혼술이 유행하고 제각기 살아갈 방법을 도모하는 각자도생의 외침이 확산되는 시대이지만, 우리 7남매는 각자의 살림을 꾸리고부터 꾸준히 정기적으로 함께하는 모임을 이어왔다. 이런 모습을 간직해올 수 있었던 것은 자식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부모님의 좋은 가르침에서 자득한 깊은 우애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며, 잠시 부모님께 추모와 감사의 마음을 가져본다. 살아오면서 이런저런 일로 삐걱거리는 경우도 없잖아 있었지만, 세월이 약이 되어 되살아나는 정으로 여태까지 편안한 동행을 이어올 수 있었으며, 오늘도 우리 7남매는 새로운 맛과 더 깊은 우애를 찾아 함께 꾸밀 1박 2일의 길을 나선다.
 

함양 상림 숲 입구 타워맨.


잿빛 담요로 차일을 쳐 놓은 것 같은 하늘에서는 금방 큰비라도 내릴 듯 주위는 음산하기만 하여 이런 날에 어디 가도 되겠느냐고 걱정하는 누님 말씀도 살짝 넘기며, 모두 함께한 것을 확인하고는 함양 상림을 향해 출발이다. 고속도로보다는 여유있게 국도로 가자는 말씀으로 사인을 하고, 10호 광장을 지나 국도 3호선을 달리는데 모처럼 폭우가 쏟아진다. 비상등을 켜고 최대한 천천히 이동하며 긴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를 마중하는 기분으로 빗길을 달리다 보니 벌써 상림이다.

가늘어진 빗방울 사이로 차례로 둘러본 수련, 홍련, 백련.


문창후 최치원이 심은 것으로 전해지는 천연기념물 제154호인 상림 숲은 4계절 다 다양한 아름다움을 주지만 먼저 입구의 타워맨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기념촬영을 하고 가늘어진 빗방울 사이로 수련, 홍련, 백련을 차례로 둘러본 후 계절마다 상림에서 맛볼 수 있는 신록 녹음 단풍 설경 등을 잠시 그려보며, 찌는 듯한 날에 상림숲 나무 그늘 아래서 돗자리를 펴고 누워 도심 속에서도 신선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잿빛 구름에 휘감긴 마이산 봉우리.


물레방앗간까지 걸으며 숲과 연꽃의 어우러진 모습을 눈에 담은 채, 다시 광주~대구고속도로, 통영~대전고속도로, 익산~포항고속도로를 차례로 달리며 구름에 휘감겨 더 신비스럽게 보이는 마이산을 잠시 조망한 후 화심순두부집으로 찾아 들었다. 사람들의 홍수 속에 보글보글 너무나 맛있어 보이는 순두부찌개를 보는 순간 군침이 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곱슬곱슬한 밥에 순두부찌개를 넣어 쓱쓱 비벼 맛있게 먹는 모습에 반해 형님 누나 동생 모두 즐겁게 식사하는 모습에 점만 찍는 점심이 아니라 넉넉한 만찬 같은 느낌이다.


 

순두부찌개


푸짐하게 넣은 바지락에 간 돼지고기까지 넣어 깊은 맛을 낸 순두부에 잠시 빠졌다가 종남산 아래에 자리한 송광사로 간다. 신라 경문왕 때 도의선사가 세웠다고 전하며 당시 이름은 백련사였는데, 규모가 커서 일주문이 3㎞나 떨어져 있었을 정도였으며, 지금도 가람배치가 시원하고 조화를 잘 이루어 절이 아니라 공원 같은 느낌이다. 봄이면 벚꽃길이 장관을 이루겠다는 생각을 하며 완주 8경의 하나로 들 수 있는 위봉산성 위봉사 위봉폭포를 차례로 둘러본 후 동상저수지를 거쳐 운일암반일암으로 간다.
 

운일암반일암


운장산 동북쪽 명덕봉과 명도봉 사이의 약 5㎞에 이르는 주자천계곡을 운일암반일암이라 하는데, 오래전까지는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길은 없이 오로지 하늘과 돌과 나무와 오가는 구름뿐이었다고 운일암이라 했으며, 깊은 계곡이라 햇빛을 하루에 반나절 밖에 볼 수 없어 반일암이라 불렀다 한다. 기암절벽에 옥수청산 천지산수가 잘 어우러져 절경을 빚어낸 운일암반일암에서 휴식과 함께 우리의 금수강산을 만끽한 후 금산 진악산 남동쪽 기슭 천연기념물 제365호인 은행나무가 유명한 보석사로 간다.
 

보석사 은행나무.

서울에서 내려와 먼저 도착한 작은 형님 가족을 만나, 신라 때 창건되어 영고성쇠를 묵묵히 지켜본 은행나무와 보석사의 대웅전을 신비스러운 마음으로 둘러본 후, 효자 강처사가 처음으로 씨를 뿌려 마침내 인삼 재배에 성공한 기념비적인 땅 개삼터를 지나 금산수삼센터로 간다. 전국 최대의 수삼 유통지인 금산수삼센터는 도매시장 소매시장 생약시장으로 구성되어있는데, 6년근 수삼을 듬뿍 구입해 형제들께 나눠주는 작은 형님의 나눔에 동기간의 정을 더했다.
 

 

인삼한정식 만찬.


윤5월 보름날의 해거름, 금산 조무락으로 우리 7남매와 일부 조카들까지 모여, 맛있는 인삼한정식으로 의미있는 만찬을 하게 되어 기뻤고, 모든 부위가 음식의 재료로 사용되는 인삼은 맛과 영양 모든 면에서 일등식품인데, 인삼장아찌 인삼정과 인삼나물 등 인삼으로 조리된 반듯한 인삼한정식상 앞에 앉아, 그 특별한 맛에 반하고, 오감을 자극하는 향기에 취한데다, 아셈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맛본 인삼주의 맛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내일까지 유성온천 한밭수목원 안국사 등 갈 길도 멀고 할 얘기도 많지만, 거침없는 미소 속에 일곱 남매들과 함께 꾸미는 이야기는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른다.

/진주고등학교 교사

상림숲
두부빈대떡
보석사
위봉산성
위봉폭포
안국사
한밭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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