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준(지역부장)
작렬하는 태양 아래 문어를 유혹하는 고패질은 계속된다. 눈은 먼 산을, 너울을, 낚싯줄을 보든 제각각이라도 마음은 저마다 바다 바닥을 훑고 있다, 문어가 올라타기만을 기다리면서. 봉돌과 에기가 낚싯줄을 통해 전해주는 바다 밑 이야기가 손끝을 타고 온다. ‘왔다’라는 감으로 끌어올려도 다 올라오기 전까지 문어인지 다른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씨름하다 낚싯줄이 끊어질 수도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엔 무엇이 낚싯줄이며 봉돌이고 에기일까. 저 낚싯줄이 세상에서 말하는 연줄이라면 문어는 인연이고 폐어구는 악연일까? 나는 오늘도 끊어진 연줄을 잡고 고패질을 하고 있다. 그리움이라는 이름 아래 하염없이….
박도준(지역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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