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한국의 샤르트르 진주
최만진(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객원칼럼] 한국의 샤르트르 진주
최만진(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08.1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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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트르는 프랑스 파리에서 약 100km가 채 떨어져 있지 않은 작은 도시이다. 이는 파리의 외곽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일드 프랑스’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이다. 불과 수 만 명밖에 안 되는 마을 같은 적은 도시 규모에 비해 크게 알려진 것은 샤르트르 대성당이다. 이는 파리의 로테르담 성당과 함께 프랑스를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고딕 양식 건축물이다. 9세기경에 처음 지어졌다가 두 차례의 화재를 거쳐 13세기 초에 재건되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100미터가 넘는 높이의 첨탑과 130미터를 육박하는 공간 길이를 가진 어마어마한 크기의 이 성당은 단번에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당시로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던 혁신적인 건축기술, 대담하고도 정교한 조각, 그리고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등의 사용은 오늘날에도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꼭 한 번 가보아야 할 필수 여행지로 손꼽히고 있다.

이러한 샤르트르는 여름밤이 되면 새로운 옷을 덧입게 된다. 이는 2003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빛의 축제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도시는 그야 말로 형형색색의 빛이 넘쳐나 마법의 장소로 변하게 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과 감동을 자아내게 한다. 성당은 물론이고 박물관 등의 주요 건축물과 광장 및 거리나 강변 등의 도시 공간에서 낭만과 꿈의 여름밤을 경험하게 해 준다.

이 중 가장 볼 만한 구경거리는 역시 샤르트르 대성당의 벽면에 펼쳐지는 일명 미디어 파사드 예술을 통한 조명 쇼이다. 미디어 파사드는 건물을 대표하는 주 외벽을 말하는 파사드(Facade)와 미디어(Media)의 합성어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건축물의 벽면을 영화 스크린처럼 이용해서 LED 등의 첨단 조명을 쏘거나 설치해서 시각 예술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연출이 시작되면 성당 벽면은 다양한 색채와 조형성으로 낮에 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특히 역사적 소재나 지역 특성을 시각화 한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건물을 재해석하여 새로운 세계로 빠져 들게 한다. 또한 착시를 이용하여 마치 마법의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문자 그대로 현대의 기술이 고전과 만나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환상의 예술 세계를 펼쳐내고 도시의 장소성을 풍부하게 해 준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도시는 더욱 명품으로 승화되고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방문객의 뇌에 각인된다.

진주도 천년의 역사를 가진 빛의 도시로 자처한다. 남강유등축제의 경우만 해도 이미 국내 최우수 대표축제로서의 자리매김을 하였으며, 해외로 수출되는 등의 국제화도 꾀하고 있다. 또한 낮은 재정자립도의 문제도 해소하는 등의 발전을 거듭해 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마다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비판이 있어 왔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각종 등의 전시, 체험, 불꽃놀이 등의 고전적이며 과거지향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젊은 층의 외면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러던 차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역발전협력단과 축제를 주최하는 진주문화예술재단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안 하고 나섰다. 촉석루, 의암바위, 그리고 그 사이의 바위 절벽을 스크린으로 이용하는 미디어 파사드 행사를 시연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진주 지역의 역사, 특성, 문화 등을 알리고, 진주성과 촉석루 및 의암 바위 등의 장소성을 전위 예술적으로 재해석 하는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담을 수가 있다. 특히 미디어 예술가들이 활동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우리 고장을 새로운 예술장르의 시험소로 만들 수도 있다. 갈수록 매력을 더해 가는 유등축제에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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