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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 행안부장관과 검찰총장의 사과(謝過)
정승재 (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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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17  1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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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국회나 정당에서의 기자회견 등 정치이벤트 개최가 보편화되었다. 언제쯤인지, 미루어 더듬어보면 ‘국민의 정부’로 불린 김대중 정권의 말기 무렵인 것 같다. 양일간의 휴일로 ‘뉴스꺼리’가 부족함에 따라 월요일자 지면 확보가 쉽다는 이유에서였으리라. 기획이든, ‘쇼’로 보이든 그 속내에 따라 보도여부 혹은 그 비중에 울고 웃는 정치인, 정치권생리로 보면 쉽게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지난 일요일, 치안장관인 행정안전부 수장이 산하 차관급 외청으로 12만여 경찰공무원이 소속한 경찰청을 방문하였다.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와 감사대상이 될 만한 비위 여부를 두고 경찰청장 혼자만 갖는 최상위 계급인 치안총감과 그 두 단계 낮은 치안감 보직인 중앙경찰학교장과의 볼썽사나운 SNS상의 불협화음 양상을 경고 등을 통해 조정한다는 목적에서였다. 장관은 국민께 심려를 끼쳤다는 명분으로 카메라를 향해 ‘차렷, 경례’ 구령(口令)과 함께 고개 숙여 인사하면서 사과하였다. 퍼포먼스로 보였다.

이 일이 있었던 며칠 전,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찰조직의 총수인 검찰총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른바 ‘시국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 있었던 일부 시국사건 등에서 적법한 절차를 벗어나 인권보장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을 언급하였다. 가슴 아프다는 말과 함께. 기자들의 연이은 질문에 특정 두 사건을 꼽았지만 공안사건이 주종을 이루는 포괄적 지난 ‘과거사’가 대상이었다. 수사결과와 관련한 검찰총장의 사과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개인생각에서든 조직을 위한 것이든, 각각의 최고 책임자로써 당연한 행보로 이해될 수 있다. 방대한 경찰조직의 지휘체계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하고 내부 ‘총질’에 대한 불안요소를 봉쇄한다는 총수의 의지로 읽힐 만하다. 또한 피의자인권이 말살된 채 무분별한 기소 등으로 각인된 검찰의 어두운 그림자를 지우고자 한 검찰총장의 고뇌에 찬 용단으로 평가 될 만한 일이다.

그런데 말이다.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한다는 뜻의 사과에는 그 진실한 알맹이가 수반되어야 설득력이 있다. 과오에 대한 책임으로 자리는 못내놔도 버금갈 수준의 자기 자신에 대한 불이익 혹은 희생이 따라야 하는 것이다. 사과의 형식, 시기, 내용 모두가 합체(合體)된 진정성 말이다. 당연히 ‘폼’은 났지만 개인의 자존심조차도 구겨지지 않은 알량한 것으로 보이면 안된다. 자타가 인정하는 훌륭한 인품과 역량을 갖춘 정치인출신의 그 장관, 직무에 대한 성실성과 인간적 포용력을 갖췄다는 그 총장의 행보라 해도 그런 회의(懷疑)를 지울 수 없다.

경찰간부의 내부 엇박자를 알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국민을 향해 톱뉴스로 전할 필요가 있었을까? 활짝열린 판에 모두가 관람토록 주무장관으로부터 경찰 수뇌부가 집단 꾸중당하는 장면으로 비춰졌다. 전체 경찰공무원의 사기와 자존심은 온전했을까. 조용히 당사자를 불러 더 호되게 야단하고 경질까지 경고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그 진정성 의심의 일단으로 다가온다.

또한 지금까지 ‘공안검사’가 잘 나가고 승진과 좋은 보직을 꿰찬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 이력이 욕되거나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공안이 상징화되는 시국사건 등 과거사에 대한 일괄적 ‘도매급’ 사과가 총장 개인한테는 한점의 체면구김도 없을 것이다. 공안검사 혹은 검찰의 집단모욕으로만 전달 될 뿐이다. 마찬가지로 소리 없이 더 진중하게 그 의지를 구현할 방안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조직이나 개인의 자의적 입장이 지나치게 게재된 사과는 오히려 모두에게 불신을 얹는 독이 될 수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민감한 상상이 아니라도 말이다. 속과 겉이 다른, 구밀복검(口蜜腹劍)의 황당한 심상까지 스친다.

 
정승재 (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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