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동물실험, 필요악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이정준(진주교대 학보사)
[대학생칼럼]동물실험, 필요악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이정준(진주교대 학보사)
  • 경남일보
  • 승인 2017.08.2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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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준(진주교대 학보사)

 

동물실험은 늘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과거에는 동물실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우세했지만 최근 들어 동물들이 불필요한 실험으로 학대받는 사건들이 점차 공개되자 이를 계기로 동물실험이 금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동물을 활용한 실험은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그 목적과 형태가 다양하여 전면적으로 금지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동물 실험에 대한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동물실험이란 교육, 시험, 연구 및 생물학적 제품의 생산 등 과학적 목적을 위해 동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실험을 말하며 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의 동물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약물 규제가 강화되고 독성 실험이 중요해지면서 새롭게 개발된 약물을 사용하기 전에 동물에 시험해보는 것이 의무화되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물실험을 통해 질병에 대해 이해하고 약물의 효능을 확인하는 과정이 현대 의학이 발전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동물실험의 필요성을 떠나 인간이 과연 동물들을 마음대로 이용하고 실험의 대상으로 삼을 권리가 있을까. 우선 이러한 동물실험이 동물의 고통과 죽음을 상쇄할 만큼 유용하지는 않다. 동물실험에 사용되는 방법과 복용량은 인간이 처한 실제 상황과는 차이가 있으며, 인간이 가진 질병 3만 가지 가운데 동물이 공유하는 질병은 1.16%에 불과하기 때문에 동물실험의 결과가 인간을 이해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페니실린 등 인간과 동물에게서 완전히 다른 효과를 나타낸 약물들의 사례는 동물실험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강력한 근거로 사용되어 왔다. 또한 동물실험이 유용하다 할지라도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환자 관찰이나 사체 연구, 인간 세포와 조직을 이용한 실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연구 등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동물실험을 통해 얻어지는 것 이상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살아있는 동물 대신 인간 세포나 인공 피부를 사용하거나 동물의 반응을 본뜬 컴퓨터 모델링을 활용하는 방법 등 다양한 대체실험법이 개발되고 있다. 즉, 의학의 진보에 있어서 동물실험의 역할을 과대평가 해오던 습관에 제동을 걸고, 동물실험보다 더욱 윤리적이며 실효성 있는 정당한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동물실험은 이러한 점들로 인해 제한되어야 하지만 모든 분야에서 동물 실험을 금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동물 실험을 할 때 3R 정책이라도 지키자고 말한다. 여기서 3R 정책이란 살아있는 동물실험을 피하는 실험방법으로의 대체(Replacement), 같은 양의 데이터를 얻는데 필요한 동물의 수 감소 (Reduction), 마취 등을 통한 동물의 고통의 완화(Refinement)이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서 윤리적인 문제를 고려하자는 취지이다. 우리는 단지 인간을 위해 동물들을 학대하고 죽이는 동물실험보다는 조금이라도 동물들의 생명을 존중해 윤리적으로 동물 실험을 시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정준(진주교대 학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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