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택시 운전사
황숙자(시인)
[경일칼럼] 택시 운전사
황숙자(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17.08.2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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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항쟁을 그린 영화 ‘택시 운전사’가 1000만 관객돌파로 흥행을 거두고 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다는 문구가 주는 엄숙함에 먼저 긴장하게 된다. 물론 실화가 영화의 상상력을 압도하는 경우이지만 소시민인 택시운전사의 관점에서 바라본 현대사의 위기를 매우 공감 있게 그려내었다는 내·외신 호평을 받고 있다.

택시운전사라는 평범한 시민 김사복. 위급의 순간에 발휘한 놀라운 힘과 진실을 알리는 것이 기자의 임무라고 믿는 독일 외신기자 페터의 카메라는 그날의 역사를 생생히 증언한다.

“내 생애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최초의 엄청난 슬픔과 서러움이었다. 베트남 전쟁에서 종군기자로 활동 할 때도 이렇게 비참한 광경은 본적이 없었다”

처참하고 부끄러운 그날의 상처는 역사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광주가 인생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죽으면 광주에 묻어달라는 그의 유지에 따라 일부 유해가 망월동 묘역에 안장되었다.

지금 광주는 5.18 그날의 진실을 알리는 사진과 힌츠페터의 추모전이 열리고 눈과 귀가 되어준 외신기자를 태우고 처참했던 광주거리를 누볐던 브리사 녹색 택시도 전시되었다.

서울, 광주의 실제 택시운전사들을 초대하는 시사회도 가지고 외지인들을 위해 택시기사가 운전과 해설을 하는 택시투어도 한다하니 흥행효과를 톡톡히 활용하는 셈이다.

“종이는 인간보다 고통을 더 잘 참고 견딘다”고 믿은 열세살의 유대인소녀 안네 프랭크. 제2차 세계대전 나치의 박해를 피해 숨어 지내다 발각되어 가족이 모두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고 사망하게 된다. 유대인들에 대한 나치의 잔혹성을 숨 막히는 지하 은신처에서 소녀의 눈으로 또박또박 쓰내려 간 일기. 천신만고 살아남은 아버지에 의해 발견 출판되면서 ‘안네의 일기’는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고귀한 인간 영혼이 종이에 깃들었다고 믿고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전쟁의 참혹함을 일기로 남긴 안네. 광주의 참상을 알리고자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필름속에 담은 외신기자 페터. 지극히 개인적인 소시민이 비참한 역사적 폭력의 현장을 목도하면서 혼란과 슬픔과 분노를 알게 되는 택시 운전사 김사복.

민주주위와 평화는 저절로 얻어지는게 아니고 누군가의 정의를 향한 목숨을 건 헌신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민주주의를 위하여 투쟁하고 희생한분들의 하나의 상징이다. 올바른 역사 바로잡기를 향한 열망으로 우리역사를 돌아보고 상처를 교훈삼아야 한다. 역사를 외면한다면 우리의 진정한 미래는 없다고 믿고 있다.
 
황숙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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