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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 역사에서 ‘갑질’ 횡포는 혹독한 댓가를 치렀다
정영효(객원논설위원)
정영효  |  young@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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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4  15: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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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들의 갑질 횡포 소식에 나라가 시끄럽다. 1~2년 전에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피죤 창업주의 ‘청부 폭행’, 최철원 전 M&M 대표의 ‘맷값 폭행’ 등 재벌 오너가의 갑질이 판을 쳤다. 몇 달 전에는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 전 회장·미스타피자 정우현 전 회장·종근당 이장한 회장 등 중견·중소기업 오너들의 갑질 횡포가 공분을 샀다. 심지어 재벌가·중견·중소기업 오너 자녀들까지 ‘갑질 패악’에 합세했다. 이런 와중에 박찬주 대장 부부의 군대 갑질에 이어 경찰, 재외공관까지 갑질 횡포가 횡행했던 것이 드러났다. 갑질이 대한민국 사회 전체에 걸쳐 만연해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 행태나 정도가 매우 심해 충격적이다.

계급사회가 존재하는 한 ‘갑·을’ 관계는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개개인들은 처해진 상황에 따라 ‘갑’이 될 수도, ‘을’이 될 수도 있다. 현실에서는 갑과 을이 항상 공존하고 있다. 그런데 유난히 우리나라는 ‘갑’들의 갑질 횡포가 심하다. 2015년 1월 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5%가 ‘한국이 다른 나라 보다 갑질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갑질이 더 심한 것은 사회적·경제적 의식의 왜곡성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유교사회에서 뿌리깊게 내린 왜곡된 상하관계, 잘못된 계약문화, 왜곡된 경쟁문화, 기형화된 경제구조, 지나치게 소수에 집중된 부의 편중화는 갑이 갑질을 당연시하게 했다. 또 봉건적 의식의 잔존과 미성숙된 국민성, 민주화를 거치며 커진 자기 인정 욕구, 인문학 교육의 부재, 공동체 의식의 실종, 빗나간 우월의식 등은 갑질에 대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갑질을 한 댓가는 혹독했다. 갑질 횡포를 일삼은 ‘갑’들의 말로는 불행했고, 비참했다. 자신은 물론 가족·친지, 나라까지 망친 것이 역사에서 입증되고 있다. 갑질로 인한 댓가로 자신의 목숨은 물론 주변까지 살육 당했고, 정권의 몰락과 함께 국가의 운명 마저 위태롭게 했다. 고려 중기, 문신들의 갑질로 무신정변이 일어났고, 갑질 피해자인 무신들은 문신들을 대학살했다. 이에 따른 손실로 나라는 혼란에 빠지고, 국력약화를 가져와, 끝내는 몽고에 항복하는 치욕을 당했다. 조선 연산군 때 영남 사림파 학살을 가져온 무오사화 역시 사림파의 갑질이 한 원인이 됐다. 사화의 주동자였던 유자광은 사림파 김종직과 그 제자들로부터 심한 치욕을 당한 갑질 피해자였다. 유자광은 분을 삭이면서 기회를 엿보다 무오사화로 복수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피살과 유신정권의 몰락을 가져온 10·26사태도 차지철 경호실장의 갑질 탓이라 할 수 있다. 차지철은 대통령의 경호실장을 맡아 장관들을 부하처럼 다루고 국무총리조차 얕보는 갑질 횡포를 일삼다 총에 맞아 비참하게 죽었다.

역사에서 갑질 당사자는 물론 주변까지 혹독한 대가를 치렀음에도 갑질 악습은 계속되고 있다. 더 심해진 것 같다. 과거에 그랬듯이 지금도 갑질 횡포자는 혹독한 댓가를 치르고 있다. 그럼에도 좀처럼 갑질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왜곡되고 잘못된 의식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갑과 을’이 상생·동반성장할 수 있는 건전한 갑을 관계 정립을 위한 의식 변혁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본다. 갑질의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정영효(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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