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진주대첩광장은 진주성의 역사성을 담보해야 한다
황경규(진주향당 상임대표)
[특별기고] 진주대첩광장은 진주성의 역사성을 담보해야 한다
황경규(진주향당 상임대표)
  • 경남일보
  • 승인 2017.07.1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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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규

 

진주대첩광장조성 사업은 진주대첩의 호국정신을 되살리는 역사복원사업의 일환이자, 산업화와 도시화에 빼앗겼던 역사공간회복사업이라는데 의의가 있다.

진주성정화사업이 진주성(晋州城)의 역사성·상징성·유일성과 같은 역사복원 혹은 역사공간의 원형보존에 실패한 사업으로 평가되면서, 사적 제118호임에도 불구하고 역사성을 잃어버린채 시민공원이나 관광지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진주성의 크나큰 불행이다. 따라서 진주대첩광장 조성사업은 진주성정화사업의 실패를 교훈 삼아 ‘진주성 외성의 복원 혹은 보존’을 대전제로 하는 사업이 돼야 한다.

만약 진주성의 역사성을 간직한 ‘진주대첩광장’이 아니라 진주의 천년 역사를 백화점식으로 담아내는 ‘진주역사광장’으로 역사적 공간성을 확장시킨다면, 진주성정화사업으로 진주성의 역사를 상실했듯이 진주대첩광장 역시 그 역사성을 잃어버리는 과오를 되풀이하고 말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주대첩광장에 진주성의 역사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일련의 시설물의 설치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옳지 않다. 진주대첩광장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광장의 이미지를 ‘비움’으로 정한 진주시의 공간설정에 적극 찬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역사진주시민모임이 기자회견에서 ‘광장에 천년 진주의 역사와 문화를 담자’는 주장을 했다. 역사진주시민모임이 주최한 제1차 열린토론회에 주제토론자로 참석했던 경험을 토대로 해석해보면, ‘진주대첩광장’이 아닌 ‘진주역사광장’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당초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열린토론회에서는 진주역사광장을 조성하고 김시민 장군을 비롯한 창렬사 정사에 모신 일곱분의 동상을 세우는 것을 비롯해 형평운동기념탑, 농민항쟁기념탑, 연지사종탑, 이수일장군 사당 충무사 건립, 논개동상, 위안부소녀상 등을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의 주제토론이 있었다.

진주대첩광장은 진주성의 역사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이 토론회가 진주시민들의 공감대 확산에 대한 노력과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적절한 시기와 확고한 명분을 갖추지 못했다’고 반박한 기억이 난다.

열린토론회 이후 역사진주시민모임의 주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조금도 달라진게 없어 보인다. ‘형평운동기념탑이 존재하는 진주역사광장 조성’만이 해법이며 ‘형평운동기념탑의 이전은 불가하며 진주대첩광장 조성도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진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명칭은 진주대첩광장 조성사업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형평운동기념탑을 진주대첩광장에 존치할 이유가 없고 형평운동기념탑 이전을 반대하는 명분도 찾기 어렵다. 진주대첩광장은 진주성의 역사성과 공간성을 오롯이 담아내는 공간이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진주대첩광장 조성사업은 10년의 세월동안 시비 980억 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돼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고, 최근에는 문화재청의 허가를 얻어 시굴과 발굴조사를 앞두고 있다. 현 상황에서 진주대첩광장이 아닌 진주역사광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역사진주시민모임의 주장이 과연 시의적절한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확고한 명분이 있는지, 그리고 과연 지역사회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자문자답해 봐야 한다.

더불어 ‘오로지 형평운동기념탑을 현 자리에 존치시키기 위해 진주대첩광장 조성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고 있다’는 세간의 혐의를 피하지 못한다면 더더욱 지역민의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결론적으로 형평운동기념탑 이전 반대가 앞으로도 계속되어 사업추진이 늦어지게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사실도 분명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근 역사진주시민모임의 ‘지하주차장 반대’에 대해서도 지하상가 내의 청년 점포주들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구도심 활성화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고 있는 것이 그 징후이다.

형평운동기념탑을 현 자리에 존치하는 것만이 과연 형평운동의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는 일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이전을 통한 ‘형평운동 성역화’ 노력이 형평운동의 정신을 올바로 계승하는 일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한다.

해마다 진주향교에서 중학생 인성교육을 하면서 진주정신의 한 축인 형평운동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 한다. 바라건대 내년부터는 형평운동의 역사성과 형평운동기념탑의 건립에 이어 진주시인권조례를 활용한 형평운동 성역화를 통해 형평운동 정신의 올바른 계승에 노력한 진주시민들이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을 가져본다.


황경규(진주향당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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