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MRO, ‘기는 사천 위에 나는 인천’
항공MRO, ‘기는 사천 위에 나는 인천’
  • 문병기기자
  • 승인 2017.08.27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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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주자 인천, 항공관련기관 참여 공동사업추진단 구성
KAI 시민대책위 “기다릴때 아냐…절박한 심정 합심해야”
천문학적인 경제창출효과가 예상되는 항공 MRO(항공정비)사업지 선정과 관련, 경쟁상대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천시는 적극적인 반면 사천지역은 느긋한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루고 있다.

27일 지역 경제인과 항공관련 업체 등에 따르면 당초 유력 후보지였던 사천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방산비리혐의로 비틀거리고 있고, 이 틈을 노린 인천시는 민관 공동사업단 구성은 물론 네덜란드와 항공정비시스템을 추진키로 하는 등 무서운 속도로 추격에 나서고 있다.

이러다보니 적극적인 인천시에 비해 경남도와 사천시, 지역 정치인들이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5년 1월, 늘어나는 항공 정비 수요의 증가에 따라 MRO 사업자 선정에 나섰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이 항공기를 대거 들어오면서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자체 정비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중국·대만·몽골 등 해외에서 정비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이에 KAI는 미래전략산업으로 MRO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사업비 7000억원을 들여 사천 본사 인근 31만㎡ 규모의 MRO클러스트 조성 계획을 세웠다. 지난 3월에는 제주항공과 ‘신사업 발굴 및 항공 산업 발전을 위한 전략적 협력에 관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KAI는 MRO 물량을 확보하고 저비용 항공(LCC)은 항공 정비를 효율화 한다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KAI가 제출한 항공 MRO사업이 타당성이 미흡하다며 반려해 오다 지난 5월에야 컨설팅 전문업체에 용역을 의뢰했다. 90일 내에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사업자를 결정할 방침이었고 단독 신청한 KAI는 문제가 없어보였다.

그런데 방산비리란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모든게 꼬여가고 있다. 경영진의 공백이 장기화되는 데다 도덕성과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으면서 추진력을 잃어가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토부는 당초 이달 말로 예정된 타당성 평가용역을 중단하고 용역기한을 60일 정도 연장하거나 무기한 연기할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단독 신청한 KAI가 국내 항공정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경제성이 떨어지는 데다 방산비리 혐의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와 검찰 수사가 맞물린 것이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는 사이 인천시는 전열을 재정비하고 벌어진 틈을 공략하고 나섰다. 인천시는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공동 사업추진단을 구성해 MRO사업 추진을 앞당기기로 했다.

일찍이 인천공항 제4활주로 인근 114만㎡ 부지에 MRO단지 부지를 마련했다. 지난 14일에는 네덜란드 국립항공연구소와 ‘혼합현실 (MR)’을 기반으로 한 항공정비 시스템을 공동 추진키로 협의중이다.

또한 최근에는 8대 전략산업 주요사업 추진실적에 MRO 사업 계획을 내놨다. 오는 2021년까지 3000억원의 사업비를 전액 민간자본으로 충당해 항공정비교육훈련센터를 짓고 글로벌 항공 정비·부품 기업 유치 및 육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KAI와 사천시가 주춤한 사이 인천시가 적극 나서면서 미래전략사업으로 야심차게 추진해온 MRO사업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KAI 정상화를 위한 사천시민대책위는 “사천을 먹여 살릴 미래산업이 다른 곳으로 빼았길 위기에 처했는 데도 경남도와 사천시는 너무나 무관심해 보인다”며 “지금은 감 떨어지기만 기다릴 때가 아니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절박한 심정으로 모두가 힘을 모아야할 때”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항공 MRO사업지 선정을 앞두고 인천시와 경쟁하는 것과 관련 “기어가는 사천 위에 날아가는 인천이 있다’는 자조섞인 말도 나온다.

한편 국내 항공정비시장은 연간 2조5000억 원 규모에 연간 4%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제대로 된 사업자가 없어 대부분 해외MRO 업체에서 정비를 받고 있다.

문병기기자 bkm@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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