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이런 학생이면 좋겠습니다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교단에서] 이런 학생이면 좋겠습니다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8.2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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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여러분과 교장으로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나는 먼저 일본 비단 잉어 코이(koi)를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코이라는 물고기는 어항에 기르면 6cm 정도의 크기로 자라지만 큰 수족관이나 연못에서 기르면 20cm 정도로 큽니다. 하지만 강물에 방류하면 1m 넘는 크기로 자랍니다. 즉 자라는 환경에 따라 크기가 달라집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코이는 자신의 삶의 터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지만 여러분들은 얼마든지 선택이 가능하기에 피라미 같은 크기의 코이로 살 것인지, 아니면 상어만한 코이로 살 것인지의 선택은 온전히 여러분 자신의 몫입니다.

우분트(UBUNTU)도 얘기하고 싶습니다. ‘우분트’는 남아공 만델라 대통령이 즐겨 쓴 아프리카 반투족의 말로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는 의미인데, “내가 너를 위하면 너는 행복하고, 나는 너 때문에 두 배로 행복하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성적이나 운동, 외모 등에서 무조건 남보다 앞서거나 먼저 가려 하지 말고 함께 가려는 자세는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보다 못생기고, 공부도 조금 부족한 친구와 잘 지내는 사람, 나의 편안함보다는 옆 사람을 배려하는 사람, 그런 학생이면 좋겠습니다.

약간은 로맨틱한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공부에 바쁘겠지만 그래도 교정의 풀 한 포기와 꽃 한 송이에도 마음 설레는 사람, 선생님들이 보고 싶어 방학이 지겨워지는 학생이면 좋겠습니다. 특히, 이 혼란스런 세상에서 인간성을 지키려는 큰 사랑과 그 사랑의 결과를 절대 포기하지 않고 지켜내려는, 그리하여 인간의 희망을 찾으려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학생이면서, 엄마의 잔소리와 짜증에 즉각적 반응보다 “흐흠, 김여사~ 오늘 따라 더 예쁘시군”으로 의연히 대꾸하는 학생이면 참 좋겠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으려는 길을 가는 사람, 남들이 하찮다고 여기는 것을 귀히 여기는 사람, 나아가 인간의 자유와 인류의 복리증진을 고민하는 큰 그릇의 학생이면서 건널목에서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학생이면 더 좋겠습니다. 내가 여러분의 앞이거나 뒤에서 항상 함께 하겠습니다. 즐거울 땐 같이 즐거워할 것이고 힘들 땐 그 무거운 짐을 나누어지겠습니다.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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