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과 독약
박행달(시인·경남문화관광해설사)
보약과 독약
박행달(시인·경남문화관광해설사)
  • 경남일보
  • 승인 2017.08.2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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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행달

“아이쿠 답답하고 숨이 막힌다”. “늘 통풍이 잘 되는 환경과 내리꽂히는 태양 볕을 그대로 받고 싶은데...” “나 좀 살려 주세요” 이른 아침 뒷산에 오를 때면 매번 산등성이 일부분 조각들에게 이런 간절한 요청을 듣게 된다.

한국은 주 5일제 근무가 2004년 7월1일부터 사업장 규모와 근로자 수에 준하여 연차적으로 시행되었다. 벌써 10년이 훨씬 지난 우리나라 선진사회 구조이다. 주 5일제가 시행된 이후 사람들은 개인의 질 높은 삶을 지향하고 여가를 활용하며 살아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먹거리도 신토불이를 외치며 웰빙 식단을 추구하고 있다. 물론 자연에서 치유 받는 힐링, 사회 시설과 구조도 보편화 되었다. 이런 것들은 21C를 사는 우리들에게 가장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목가적인 삶이다.

어느 지역이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고 가볍게 산책 할 수 있게 조성 되어있다. 최소 마을 조그만 동산으로 아무 제재 없이 가벼운 개념으로라도 접근 할 수 있는 곳들이 있다. 우리들은 산길에서 새들을 불러 손잡고 신나게 산을 오른다. 산을 오르다 보면 이름 모를 풀꽃들이 ‘자세히 보면 아름답다’ ‘오래 보면 사랑스럽다’ ‘당신도 나처럼 자세히 보고 오래보면 예쁘고 사랑스럽다’ 나태주시인의 시혼이 발밑에서 유혹하는 시간들이다. 그런 가운데 갑자기 부엽 옷을 입고 있는 산등성이 조각들이 발악으로 아우성을 친다. 화들짝 놀란 아래를 보니 군데군데 떨어져 있는 파우치 봉지들, 그 봉지 자체가 자연 파괴에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힐링 객들이 마시고 무심코 버리고 간 아로니아즙 봉지, 염소 달여 먹었던 빈 봉지들이 바람결 따라 빈둥빈둥 맴돈다. 할 일 없이 산등성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덮고는 제대로 호흡을 못하게 자연의 존귀함 앞에 제 초라함을 드러내고 있다. 작은 풀들과 꽃대를 피워 올리는데 방해하고 있다. 어느 누구의 소행이라고 탓하기 전에 혹 나도 그런 일을 범하지는 않았나! 이번 한번쯤이야 이 조그만 봉지 하나쯤이야 괜찮겠지? 하는 안이함, 수많은 생물들의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사람들이 사는 사회에만 질서와 준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 이 자체, 질서를 우리 사람들이 지켜줘야 할 규범이 있다. 이 자연에 대한 기본 예의도 모르는 ‘우리’가 어찌 만물의 영장 인간이라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볼 수 있겠는가!

우리들이 조금만 아주 조금만 생각하고 행동 한다면 이 지상낙원의 요건을 다 갖춘 이네들이 몸살 통에 필자에게까지 요청을 하지 않을 것이다. 독약과 보약을 한꺼번에 들고 다니는 그대들이여! 우리 함께 인간의 보약만 먹지 말고 자연에게 보약은 주지 못할지라도 독약을 주는 행위는 하지 않아야 되지 않을까.

박행달(시인·경남문화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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