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재미있는 콘돔의 역사
최원준(경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객원칼럼]재미있는 콘돔의 역사
최원준(경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09.03 14: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성들이 사용할 수 있는 피임기구 중 가장 흔하게 선택되는 것은 콘돔이다. 피임법 가운데 가장 간편하고 비용이 적게 들며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의외로 많은 한국 남성들은 콘돔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기도 하고 사용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한국의 성문화가 서양에 비해 매우 보수적인 성향을 띄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시간에는 콘돔의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로 콘돔에 대해 접근해 보고자 한다.

콘돔의 기원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기원전 1,000년경에 만들어진 이집트 벽화에도 등장한다고 하니 그 역사가 상당히 오래 된 것만은 분명하다. 고대의 콘돔은 돼지나 양의 창자, 방광을 이용해 만들었는데, 오늘날과 같은 피임의 목적보다는 남성의 성기를 벌레 등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속옷의 일종으로 착용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에는 창호지나 비단을 이용했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근대 이전까지의 콘돔은 재료를 구하기도 쉽지 않고 어려운 생산과정을 거쳐야 하는 희귀제품이었다.

콘돔의 어원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전설에 의하면 콘돔은 영국의 의사 콘돔 박사가 개발했다고 한다. 지독히 바람둥이인 18세기 영국 왕 찰스 2세의 주치의인 콘돔 박사는 비합법적 왕의 자식들이 늘어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당시에 양의 맹장을 여러 겹 기워서 사용하였다고 한다. 카사노바가 성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사용하였다고도 한다. 콘돔의 어원을 굳이 라틴어에서 어원을 찾는다면 ‘기, 그릇, 저장소를 뜻하는 단어인 ’condo‘에서 어원을 유추할 수도 있다. 콘돔은 영국인 또는 아마 프랑스인, 어쩌면 찰스 2세의 궁정조신 또는 아마도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의사의 이름을 따라 붙여진 이름일 것으로 생각될 뿐 정확한 근거는 없다.

근대까지 오면서 콘돔은 구하기가 매우 힘든 물품이었기도 하였지만, 동물의 내장 혹은 옷감으로 만든 콘돔은 피임의 효과 측면에서도 많은 의구심이 들었다. 현재와 같이 콘돔이 대중적으로 사용될 수 있었던 획기적 사건은 1844년에 발표된 ‘찰스 굿이어(Charles Goodyear)’에 의한 고무경화법의 발명이었다. 대중들에게는 타이어 회사 이름으로 더 익숙한 ‘굿이어’는 뜨거운 고무 유황 혼합체로 잘 늘어나며 찢어짐에 강한 경화고무를 만들었고 타이어 및 여러 고무제품에 적용하게 되었다. 경화고무 기술을 이용한 콘돔의 대량생산도 1844년부터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천연고무인 라텍스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880년대에 들어와서부터이다.

우리나라서는 콘돔 사용률이 매우 저조하다. 피임은 여성이 하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남성들이 많은 것 같다. 콘돔은 비교적 신뢰도가 큰 피임법이며, 특히 유연한 성적교제의 경우 야기될 수 있는 성병의 예방 효과도 크다. 콘돔 표면에는 살정제가 코팅되어 있어서 혹시라도 콘돔이 찢어질 때를 대비하기도 한다. 특히 사회적 낙인과 시선 때문에 콘돔을 구매하는 것이 여의치 않기에 남성 사용률은 10% 미만이라는 통계도 있다. 서구의 여러 나라처럼 우리나라도 성교육의 보편화 및 인식의 변화로 콘돔의 사용의 증가가 필요해 보인다.

최원준(경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