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다면
이홍식(수필가)
피할 수 없다면
이홍식(수필가)
  • 경남일보
  • 승인 2017.09.1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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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식

우리가 세상을 살며 피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아무리 애를 써도 피하지 못 하는 일이 있다. 살다 보면 이처럼 어쩔 수 없는 일이 뜻밖으로 많다. 죄 없는 착한 농부가 들판에서 일하다 벼락을 맞는 일도 있다. 그 사람이 무슨 큰 잘못이 있어 그런 것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리면 그렇게 되는 일이다. TV를 통해 남을 위해 선한 일을 하다 오히려 변을 당하는 일을 보지 않는가. 나는 이런 것을 두고 종교적인 사유를 하거나 어떤 외재적 힘을 믿지 않는다. 유대인의 탈무드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돌멩이가 항아리 위에 떨어져도 항아리의 불행이고 항아리가 돌멩이 위에 떨어져도 항아리의 불행”이란 말이다. 항아리와 돌멩이가 피할 수 없는 만남이라면 어쩔 수 없다. 말 속에는 인간을 향한 깊고 무거운 가르침이 들어있다.

무심코 던진 돌에 연못에 개구리가 맞으면 죽는다. 마찬가지로 하루살이는 하루만 사는데 온종일 비 오는 날도 있다. 우리가 세상을 살며 뜻하지 않은 일을 만나는 게 한두 가지 아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오는 돌발적인 일을 대하는 우리 마음은 어떠해야 할까. 무심코 던진 돌에 맞아 죽은 개구리는 개구리의 불행이지 그 이상 어떤 별다른 이유를 찾는 것은 헛수고다.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불행을 두고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가.” 하며 누구를 탓하거나 다른 것에서 원인을 찾는다면 시간 낭비고 자기만 손해다. 내가 겪는 일이 꼭 그렇게 된다고 정해진 것도 아니다. 할 수만 있다면 불행한 일을 만나지 않도록 순간순간 깨어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일과 맞닥뜨린다면 그냥 내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에게 찾아오는 죽음이라는 것도 생로병사를 순차적으로 겪은 다음 찾아오는 것도 있고, 교통사고나 화제 같은 생각지도 못한 갖가지 죽음은 느닷없이 찾아오는 것이다. 그러니 제발 원망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드는 차와 불이 난 이유를 찾고, 또 나를 이렇게 만든 이유를 찾는다고 해도 이미 당하고 나서 알면 무얼 하겠는가. 앞날을 예측하지 못하고 사는 게 요즘 세상살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항상 준비 없이 찾아오는 이런 것 때문이라도 하루하루 깨어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니 오늘 하루를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야 하고, 내일 죽을 것처럼 살아야 하는 이유다.

 

이홍식(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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