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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포럼] 이호우, 이선관 시인의 반핵선언(反核宣言)
전점석 (창원 YMCA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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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17  17: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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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핵마피아의 단결된 모습을 보면서 바야흐로 탈핵시대에 접어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진즉부터 핵문제에 대하여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은 두 분의 시인을 통하여 너무 무관심했던 자신을 만났다.

방향 감각을 잃고

헤매다간 숨지는 거북



끝내 깨일 리 없는

알을 품는 갈매기들



자꾸만 그 비키니 섬이

겹쳐 뵈는 산하여



50여년 전인 1966년에 시조시인 이호우가 쓴 <비키니 섬>이다. 교차로 작전이라고 불리우는 원폭실험에 의해 비키니 섬에서 평화롭게 살던 거북이는 방향감각을 잃고 헤매다가 죽고, 갈매기는 부화가 되지 않는 알을 품고 있다. 이 시조를 읽으면, 섬 이름인 비키니에서 아름다운 해변을 연상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생태계의 파괴가 더욱 실감나게 가슴에 와 닿는다. 비키니 섬은 서태평양 미크로네시아의 마샬제도 북부에 있는 산호섬이다. 죽은 산호의 껍질 위에 새 산호가 자라는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큰 섬이 된 환초(環礁)이다. 미국이 1946년 7월부터 58년까지 20여 차례 원폭실험을 한 곳이다. 인류 최초의 핵 재난지역이기도 하다. 원주민들은 모두 강제이주 당하였다가 실험 종료 12년만인 1969년에야 귀향이 허용되었지만 지하수 오염으로 다시 섬을 떠나야 했다.

시조시인 이호우는 멀리 떨어져 있는 서태평양의 자그마한 섬에서 일어난 이 일이 결코 우리와 무관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꾸만 그 비키니 섬이 겹쳐’보였던 것이다. 왜냐하면 비키니 섬에서 있었던 핵실험이 강대국들끼리의 핵 경쟁의 신호탄이었듯이 한반도 역시 강대국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 체르노빌 지역에는

미래가 될 수 있는,

희망이 될 수 있는,

소망이 될 수 있는,

신생아가 태어나지 않는다 하네

신비로운 생명체인 건강한 아이의

출생신고가 없다 하네



20여년 전에 시인 이선관이 쓴 <체르노빌 2>이다. 핵발전소 폭발에 의해 많은 사람이 떠났으며 남아있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더 이상 신생아가 태어나지 않는 우크라이나의 비극적인 도시가 체르노빌이다. <체르노빌 1>에서는 남자의 몸에는 정충이 죽어있고 여자의 몸에는 애기집이 망가졌다고 했다. 시인 이선관은 사건이 일어난 지 10년이 지난 1997년부터 체르노빌 연작시를 13편이나 썼다. 자신의 시에서, 소설가 황석영이 쓴 책제목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네>를 빗대어 체르노빌에 아직까지도 사람이 살고 있다고 하였고 1986년 4월 26일의 폭발이 있고 난 이후에는 수필가 전혜린이 쓴 책제목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 생각났다고 한다. 윤동주의 이름은 부르면 부를수록 빛이 나는데 체르노빌이라는 이름은 부르면 부를수록 잊어버리고 싶다고도 하였다. 시인 이선관 역시 체르노빌에서 일어난 핵발전소 사건은 남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하였다. <체르노빌 6>에서 ‘그러니까 우리는 차분하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현재 십사 기가 가동 중에 있고 육 기가 건설 중에 있는/ 그 반경 안에 살고 있는 이 땅 전 국민은/ 우리나라의 한국형 원자력발전소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엄청난 사실을 두고 말입니다’

이호우가 <비키니 섬>을 쓴 지 50년, 이선관이 <체르노빌>을 쓴 지 20년이 지난 지금은 핵발전소가 우리사회의 당면과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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