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와 아버지
김철수(시인)
낚시와 아버지
김철수(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17.09.19 1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철수

초등학교 다닐 무렵, 낚시를 좋아하던 아들은 틈만 나면 아버지와 배를 탔다. 비만 오면 가라앉아 잠수함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던 작은 통나무 배, 하지만 그 배는 재산목록 1호였다. 비록 물에는 가라앉지만 다른 어느 배보다 튼튼하고 속도도 뒤쳐지지 않았다. 이는 어릴 적 마음이었으리라. 낚시는 고기가 잘 무는 곳으로 그들이 알고 있는 장소를 찾아 낚시 줄을 내리면 기다렸다는 듯 입질이 시작되고 어리지만 제법 낚시 잘했던 그는 물 만난 고기마냥 놀래미, 도다리 등을 낚아 올렸다. 과묵하던 아버지도 배에서는 환하게 웃으셨다.

아버지는 아침부터 갯가에 나아가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 올 때까지 지렁이를 잡으셨다. 술이라면 양보를 모르시던 아버지도 낚시 가자던 말엔 술잔까지 물리시던 분이셨다. 살아있는 생물을 잡으려면 몸가짐이 깨끗해야 하고 마음도 부정 타면 안 된다고 하시던 아버지, 지금 생각하면, 아들보다는 당신 스스로에게 당부하던 말씀임이 느껴진다. 낚시를 좋아하던 아버지는 평소와 다르게 어느 날엔 속내를 풀어내기도 하셨다. 늦은 나이에 얻은 아들을 보면서 얼마나 생각이 많으셨을까? 술만 드시면 “내가 오래 살아야 하는데…” 하고 습관처럼 말씀하셨다. 그 때, 아버지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다.

어른이 된 아들은 아버지와 낚시를 함께 할 기회가 없었다. 오랫동안 지병으로 앓고 계셨던 와중에도 아들과 낚시 가기를 기다리고 계셨던 건 아닐까? 사는 게 바빠 돌아볼 수 없었던 아들은 아버지와의 기억을 쉰 넘은 지금에서야 돌아보게 된다. 초등학생 아들은 어느 덧 아버지가 되어 중년의 나이를 지나고 있다. 아들은 지금도 낚시를 좋아한다. 어쩔 수 없는 아버지 아들인가보다. 하지만 그는 아들들에겐 낚시 좋아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낚시하는 그의 모습을 아이들은 낯설어 할 것 같다. 지금까지 함께 낚시 해 본적 없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꿈에서 아버지를 뵈었다. 어릴 적 보았던 모습으로 환하게 웃으셨다. 예전의 굳은 표정이 아니셨다. 말없이 아들을 향해 밝게 웃으시던 모습이 “아들, 고생 많제? 그래도, 우리 아들 잘하고 있다” 하고 가슴으로 울리었다. 꿈이었지만, 아들은 울고 또 울었다.

아들과 함께 낚시하기를 좋아하시던 아버지, 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들은 아들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고 마음 한 칸을 채우는 아름다운 풍경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김철수(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