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시] 길을 가다가
외줄기로 이어져 내리는 길을 걷다가
솟은 돌에 채인 발이
덜그렁 눈물 괴도록 아프다.
주저앉아
신발 양말 벗고 보니 발가락이 상했다.
네가 딱한지 내가 딱한지
애잔한 눈빛으로 들여다보며 어루만지다
발가락 사이에 낀 먼지를 후벼내고
고개 들어 먼 산 바라보다가
부지 간에 떠오르는 잊혔던 얼굴들 몇 개.
어느새 저리도 멀리 돌아서 왔나.
날카로운 칼 끝 겨누어
부조(浮彫)한 언어들은 제각기 흩어져 날리더니
섣불리 가르침 받지 않았어도
설움을 알아버린 날이
또 하루 지나고 있다.
산그늘 푸르게 짙어오면
꽃은 이미 지고 난 뒤다.
늘 어긋나기만 하는 약속을 접고
바스러지던 햇빛 아래 졸던 어린 계집애
시간의 두꺼운 층에 눌려 깨어나지 못해도
다시 일어나
돌아온 만큼 돌아가야 한다.
배우지 않아도 꿈틀 일어서는 본능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
외줄기로 이어져 내리는 길을 걷다가
솟은 돌에 채인 발이
덜그렁 눈물 괴도록 아프다.
주저앉아
신발 양말 벗고 보니 발가락이 상했다.
네가 딱한지 내가 딱한지
애잔한 눈빛으로 들여다보며 어루만지다
발가락 사이에 낀 먼지를 후벼내고
고개 들어 먼 산 바라보다가
부지 간에 떠오르는 잊혔던 얼굴들 몇 개.
어느새 저리도 멀리 돌아서 왔나.
날카로운 칼 끝 겨누어
부조(浮彫)한 언어들은 제각기 흩어져 날리더니
설움을 알아버린 날이
또 하루 지나고 있다.
산그늘 푸르게 짙어오면
꽃은 이미 지고 난 뒤다.
늘 어긋나기만 하는 약속을 접고
바스러지던 햇빛 아래 졸던 어린 계집애
시간의 두꺼운 층에 눌려 깨어나지 못해도
다시 일어나
돌아온 만큼 돌아가야 한다.
배우지 않아도 꿈틀 일어서는 본능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
/多仁 전미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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