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맛 저맛 제맛 <4> 추석 차례상
이맛 저맛 제맛 <4> 추석 차례상
  • 경남일보
  • 승인 2017.09.2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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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태호 시민기자]정성이 차리는 밥상
 

 

추석이 코앞이다. 설과 함께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수식 답게 추석 차례상은 풍성하다. 세대가 지나옴에 따라 낯선 테이블세팅(?)이 되어버린 추석 명절 차례상을 한번 살펴보자. 우선 제례, 제사는 죽은 이에 대한 추모의 한 방식이다. 나를 낳아 주시고 돌봐 주신 부모님이나 오늘의 나를 있게 해주신 조상에 대해 정성을 다해 예로써 모시는 것이다.

차례(茶禮)는 그렇게 지내는 제사 중에 음력으로 매월 초하룻날과 보름날, 명절이나 조상의 생신날에 간단하게 지내는 제사이다. 보통 아침이나 낮에 지낸다. 요즘은 정월 초하루의 연시제(年始祭)와 추석절의 절사(節祀)가 이에 해당한다. 정월 초하루, 즉 설날 아침에는 4대조까지 조상을 챙겨 모시던 것을 요즘은 2대조까지 한다. 메(제삿밥)는 떡국으로 대신한다. 음력 8월 보름인 추석에는 직계 조상을 모시고, 제수는 새로 익은 햇곡식과 햇과일로 마련한다.

일반적인 제수 진설(陳設)은 각 지방의 관습, 풍속 그리고 각 가문의 전통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가가례’라고도 한다. 제주가 제상을 볼 때 오른쪽을 동, 왼쪽을 서로 한다. 진설의 순서는 맨 앞줄에 과일, 둘째 줄에 포와 나물, 셋째 줄에 탕, 넷째 줄에 적(炙)과 전, 다섯째 줄에 메와 갱(羹)을 차례대로 놓는다.

일단은 흔히 알려진 대로다. 조율시이(왼쪽부터 대추, 밤, 감, 배 순으로) 홍동백서(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 생동숙서(생것은 동쪽, 익힌 것은 서쪽 =김치는 동쪽, 나물은 서쪽) 좌포우해(육포는 왼쪽, 식해는 오른쪽) 어동육서(생선은 동쪽, 육류는 서쪽) 두동미서(생선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으로) 건좌습우(마른 것은 왼쪽, 젖은 것은 오른쪽)접동잔서(접시는 동쪽, 잔은 서쪽) 우반좌갱(메는 오른쪽, 국은 왼쪽) 남좌여우(제상의 왼쪽에 남자, 오른쪽에 여자)

‘제수’로는 메, 즉 밥은 추석절엔 송편, 설에는 떡국으로 대신할 수 있다. 면, 편(설기가 아닌 백편)이 있고 삼탕(육탕, 소탕, 어탕), 삼적(육적, 소적, 어적), 채소·숙채로 삼색나물(시금치, 고사리,도라지)을 한다. 침채(동치미), 청장(진하지 않은 간장), 식해(젓갈), 포(어포)와 갱이라고 하는 국을 준비한다. 약과, 산자, 강정 등 유과류와 당속(흰색 사탕=오화당, 옥춘, 원당, 빙당, 매화당), 다식(녹말다식, 송화다식, 흑임자다식), 정과(연근, 생강, 유자정과)와 과실을 차린다. 과실은 대추, 밤, 배, 감(곶감), 사과를 쓴다. 제주(祭酒)로는 청주를 쓰고 ‘경수’라 하는 숭늉을 차린다.

추석에는 시절에 맞는 여러 음식이 있다. 추수의 계절이라 햇곡식으로 밥·떡·술을 만든다. 햅쌀로 지은 밥이나 떡은 기름지고 맛도 좋다. 추석 떡으로는 송편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올벼로 만든 송편이라 해서 올벼송편이라는 말이 생겼다. 송편 속에도 콩·팥·밤·대추 등을 넣는데, 모두 햇것으로 한다.

제사를 지내려면 술이 꼭 있어야 하는데, 추석 술은 ‘백주’라고 하여 햅쌀로 빚기 때문에 ‘신도주’라 이름하였다. 추석 음식에는 ‘황계’를 빼놓을 수가 없다. 봄에 깬 병아리를 길러 추석에 잡아 썼다. 추석에 백주와 황계는 좋은 술과 안주였다.

가을 과일로는 감·밤·대추·호두 등이 전래의 것이고, 요즈음에는 사과와 배가 첨가됐다. 밤·대추·곶감은 제물(祭物)로 필수이어서 가을에 알밤을 말려 두었다가 쓴다. 추석 즈음에 나오는 풋밤은 제상에도 오르고, 밥과 송편에도 넣고 ‘단자’를 만들기도 한다. 밤단자는 찹쌀로 빚은 떡에 삶은 황밤 가루를 꿀에 버무려 묻힌 떡이다. 손이 많이 가는 고급 떡으로 맛 또한 일품이다. 호두·은행은 값이 비싸 아껴 두었다가 상원날 부럼에 쓰기도 한다. 녹두나물과 토란국도 미각을 돋우는 ‘절식’의 일종이다. 추석은 가장 큰 만월을 맞이하는 달의 명절로서, 농경사회에는 추수 감사와 더불어 조상 보은을 챙기는 명절로 전승됐지만, 그것도 시절이 변하다보니 얼핏 사회와 어울리지 않는 명절이 되어버린 것도 같다. 그러나 추석은 여전히 우리 고유 명절이고, 모처럼 온가족이 모이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편태호 시민기자·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참고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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