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진주성 촉석루 展
황숙자(시인)
[경일칼럼] 진주성 촉석루 展
황숙자(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17.09.28 15: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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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폭의 그림은 백 마디 말보다 더 많은 의미를 남긴다. 가뭇한 기억에 기대어 안개처럼 자욱한 세월이 남강으로 흐른다.

진주성 남쪽 벼랑. 영남제일의 장엄하고 아름다운 누각. 촉석루가 그렇게 말을 걸어온다.

진주정신의 발원지이자 역사적인 토대가 되는 진주성 촉석루. 임진왜란 격랑의 진주성을 빼놓고 진주를 논할 수 없듯이 촉석루는 진주정신의 집이다.

지금 과학기술대 100주년 기념관 미술관에서는 “진주성 촉석루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진주의 상징과 진주정신의 표상인 촉석루 작품을 평생을 두고 수집 소장해온 류범형선생의 예술에 대한 안목과 집념. 촉석루와 그가 사랑한 화가와 그림들에 대한 헌사 같은 전시회. 진주사랑의 정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촉석루 그리기에 생애를 바친 촉석루화가 효석 조영제. 은초 정명수, 정통 산수화의 대가 경제 이주석등 작고하신 분들의 귀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세계 최초의 비행기 비차가 진주성에서 날아올랐다는 사실과 진주여성의 본이 될 꼼쟁이 할매 김정부인 기록 사진,촉석루의 사계에 예술혼을 불어넣은 지역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1909년, 죽파 정중휴의 남강다리가 놓이기 전의 촉석루와 내고 박생광의 촉석루는 미술사적인 가치를 더하고 있다.

사라지고 생성되는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예술의 위대함을 실감한다.

“촉석루 유서 깊은 곳에서 논개의 이야기를 들으며 민족을 생각하고 고색창연 원색 단청을 떠올리며 자랐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내 그림세계가 펼쳐진 것”이라 한 박생광 작품세계 근간을 이루는 것은 민족의식이다.

역사를 떠난 민족은 없고 전통을 떠난 민족예술은 없는 것. 모든 민족예술은 그 민족전통위에 있다고 했다.

역사속에 문화예술의 향기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진주.

진주 역사속에 스며들어 있는 민족예술적인 정서는 문화예술의 꽃인 개천예술제의 모태가 될 수 있었다.

창건이래 진주성 촉석루가 현재에 이르는 시대적 변화를 작품으로 대면할 수 있다는 것은 진주미술문화의 뿌리를 찾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이러한 미술역사적 가치가 있는 소중한 작품들이 전시회가 끝나고 다시 수장고로 돌아간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진주성과 진주대첩광장의 연계선상에서 진주성 역사의 애환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촉석루 작품들의 상설전시공간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이번 전시회의 소회는 단지 촉석루를 역사적인 형상물로서만 본 것이 아니라, 작가와 소장자의 노고로 따진다면 또 한 채의 촉석루를 지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한다.

흐르는 세월 속에 사람은 가고 말지만 예술은 남는 것.

천년의 바람이 천년의 풍경으로 남았다. 진주예술의 위대한 숨결을 느낀다.
 
황숙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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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2017-12-30 20:38:42
역사의 숨결을 느끼시는군요.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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