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미래의 첫 걸음
이동우(작가·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
에너지 미래의 첫 걸음
이동우(작가·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
  • 경남일보
  • 승인 2017.09.2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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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골 마을에 처음 전기가 들어오던 순간을 생생히 기억한다. 초등학교 5학년의 어느 여름날 저녁이었다. 어머니는 부엌에 계셨다. 날은 어둑어둑했다. 어머니가 불을 켜 달라고 했다. 마루에 있는 전기 스위치를 켰다. 60촉 백열전구가 빛을 발했다. 어둠이 사라지고 밝은 세상이 됐다.

전기가 들어오긴 했지만 전기를 허투루 쓰지는 않았다. 꼭 필요한 때가 아니면 전깃불을 켜지 않았다. 마루에 앉아 있을 때도 문창호지 사이로 흘러나오는 안방의 형광등 불빛에 의지했다.

요즘은 전기가 남아돌 정도로 흔하지만 아내는 여전히 전기를 아낀다. 전기플러그를 뽑아 두는 것이 생활화돼 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냉장고 이외에 필요 없는 전기 플러그를 모두 뽑아 둔다.

시골에 홀로 계신 아버지는 전기를 더 아낀다. 캄캄한 밤에도 여간해서는 불을 켜지 않는다. 어둡지 않으냐고 물어보면 당신은 하나도 어둡지 않다고 한다. 2014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1만564kWh로 세계 평균 3030kWh의 네 배 가까이 된다. 같은 해 일본은 7829kWh, 독일은 7035kWh으로 우리나라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는 훨씬 많은 전기를 소비하고 있다.

9월초에 에너지 관련 취재를 위해 지역신문기자들과 독일을 방문했다. 독일의 에너지 정책 못지않게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어느 곳을 방문하든 에어컨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느끼기엔 더운 날씨였는데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한국과 독일의 여름날씨가 다르다고 자기합리화를 했지만, 에너지 절약이 습관화돼 있는 독일인의 생활방식까지 밀어낼 수는 없었다. 환경을 지키고 미래를 위해 불편을 감수하며 에너지를 아끼고 전기료 인상을 감내하는 그들의 국민성이 부러웠다.

원전 건설을 둘러싼 국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 간의 반목과 대립도 있다.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야 한다. 에너지 절약의 생활화도 전국적으로 확산됐으면 좋겠다. 에너지의 과소비에서 벗어나는 것, 이것이 에너지 미래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이동우(작가·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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