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임신 중인데 예방접종 해도 되나요
최원준(경상의대 산부인과)
[객원칼럼]임신 중인데 예방접종 해도 되나요
최원준(경상의대 산부인과)
  • 경남일보
  • 승인 2017.10.09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신 중에는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감기가 심해도 선뜻 약을 먹지 못하는 것이 산모, 엄마의 마음이다. 하물며 감염성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예방접종은 괜찮은 걸까? 요즘과 같은 가을 무렵이면 외래에서 꼭 듣게 되는 질문 중의 하나가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으라고 연락이 왔는데 맞아도 될까요?”이다.

먼저 예방접종에 사용되는 백신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백신은 주로 미생물에 있는 특정한 단백질을 분리하여 사용하기도 하고 활성이 없거나 죽은 미생물을 사용하여 만들기도 한다. 백신을 인위적으로 투여하면 우리의 몸이 그 미생물(박테리아, 바이러스)에 저항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들어내게 되어 나중에 동일한 미생물에 감염되었을 때 면역을 갖게 된다. 백신에 의해 감염증이 직접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선진국에서는 영-유아에게 결핵예방주사, 수두, MMR(홍역, 볼거리, 풍진), 일본뇌염, A형-B형 간염, 독감, DTaP(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을 맞히도록 권고하고 있다. 즉 성인 여성에서는 일정수준의 항체가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문제는 백신으로 만들어진 항체가 항구적이지 않다는 점이며, 임신 즈음에 산모의 혈중에 항체가 없다면 심각한 문제를 만들 수 있다. 산모의 혈중에 있는 항체는 태아에게 넘어가게 되고 생후 약 2개월경이 되어야만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신생아에게 매우 중요한 방어기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백신을 맞아서 생긴 항체는 보통 3~4주가 지나야만 일정수준이 되므로 적어도 임신 36주 전에는 백신을 맞아야한다.

100일 동안 기침을 한다고 해서 이름 붙은 백일해는 가족 내 2차 발병률이 80%에 달할 정도로 감염력이 높다. 백일해의 위험은 바로 신생아 발병에 있다. 성인에게는 가벼운 질환이지만 1세 미만의 신생아는 호흡기 합병증을 비롯해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에 가장 취약한 생후 2개월까지는 엄마로부터 전해지는 항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엄마가 준비해야 되는 예방접종으로 불린다.

이처럼 산모에게 필요한 백신의 접종 시기와 임신, 모유 수유의 관계를 정리하여 보았다. ① B형 간염 백신: 6개월 동안 3회 접종하며, 도중에 임신을 해도 일정대로 접종할 후 있다. ② 자궁경부암 백신: 6개월 동안 3회 접종하며, 도중에 임신을 하면 일단 나머지 접종은 중단했다가 출산 후 접종한다. ③ 풍진 백신: 백신 접종 후 1개월 이후에 임신을 시도 한다. ④ 수두 백신: 백신 접종 후 1개월 이후에 임신을 시도 한다. ⑤ 디프테리아, 백일해 백신: 임신이나 모유 수유와 상관없이 접종해도 된다. ⑥ 인플루엔자 백신: 임신과 상관없이 10개월경에 접종한다. 백일해, 인플루엔자, B형 간염, A형 간염은 아빠도 함께 접종하는 것이 좋다.

임신 중 적절한 예방백신은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막연한 공포로 백신주사를 멀리하는 것은 신생아에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산모가 항체를 가지고 있는가이다. 만일 항체가 없다면 백신을 맞는 것을 권하고 싶다. 날씨가 추워지는 요즘 산모에게도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이 필요할 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