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부산국제영화제의 스물 두 번째 도약
‘청년’ 부산국제영화제의 스물 두 번째 도약
  • 김귀현
  • 승인 2017.10.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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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개막…열흘간 75개국 298편 초청작 상영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영화인들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2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흘간 영화의 바다로 항해를 시작했다. 올해로 22번째인 부산국제영화제는 12일부터 오는 21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을 비롯한 총 5개 극장 32개 상영관에서 75개국 298편의 영화가 관객과 만난다.

초청작은 월드 프리미어 부문 100편(장편 76편·단편 24편)과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부문 31편(장편 26편·단편 5편), 뉴 커런츠 상영작 10편이다. 올해 프로그램은 △아시아 영화의 창 △새로운 물결 △한국영화 파노라마 △월드 시네마 △와이드 앵글 △오픈 시네마 △특별기획 프로그램 등 7개로 구성됐다.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영화제는 지난 1996년 부산에 첫 둥지를 틀어 올해 22살 생일을 맞았다. 집행위원장 사의 표명 등 ‘다이빙벨 사태’의 여파가 남아있지만 영화계의 오늘은 정상화를 위해 달리고 있다. 올해 개막작 ‘유리정원(신수원 감독)’부터 영화제 문을 닫는 영화 ‘상애상친(실비아 창 감독)’까지 이어지는 열흘간 일정 가운데 눈 여겨볼 만한 작품을 살펴본다.



◇여성 감독들의 약진=올해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지난해에 이은 여성 감독들의 폭 넓은 행보다. 특히 이번 영화제는 여성감독의 작품으로 문을 열고 닫는다.

개막작은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 폐막작은 실비아 창의 ‘상애상친’이 선정됐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유리정원’ 스틸컷.

‘유리정원’은 숲 속 유리정원에서 인공 혈액을 연구하다 아이템을 도둑맞은 과학도 재연이 현실 속 모순과 부딪히고 세상을 외면한 이후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미스터리 영화다. 배우 문근영의 스크린 복귀작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또한 대만을 대표하는 배우이자 감독인 실비아 창의 ‘상애상친’은 세대를 대표하는 여성 3인의 삶을 통해 중국의 근현대사를 상징하는 정서를 보여준다.

더불어 인도네시아 내 성차별을 소재로 삼은 몰리 수리야 감독의 ‘살인자 말리나의 4막극’, 스웨덴 감독 리사 랑세트의 ‘유포리아’,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인 가와세 나오미의 ‘빛나는’, 잉그리드 베닌거의 ‘포큐파인 호수’ 등도 도드라진다.

한국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프로그램 초청작 11편 중 여성 감독 작품 3개가 주목 받고 있다. 정가영 감독은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꼬집는 ‘나쁜 여자’의 연애담을 담은 ‘밤치기’를 선보인다. 지난해 첫 장편 영화 ‘비치온더비치’로 화제를 모은 정 감독은 ‘밤치기’의 각본, 연출, 주연을 도맡았다.

전고운 감독의 ‘소공녀’는 위스키와 담배가 유일한 낙인 일당 4만 5000원의 가사 도우미가 새해 들어 담뱃값이 오르자 담배를 피우기 위해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이야기를 그렸다.

정희재 감독은 장편 데뷔작 ‘히치하이크’로 관객을 만난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친엄마를 찾으러 친구와 함께 길을 떠난 열여섯 소녀 정애와 효정의 이야기다. 정 감독의 영화는 ‘족구왕’ ‘범죄의 여왕’ 제작사 광화문시네마의 신작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고 있다.

◇믿고 보는 프로그래머 추천작=수많은 작품 앞에서 선택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영화제를 대표해 작품을 선정했던 프로그래머들의 추천작을 참고할 만 하다.

월드영화 담당 이수원 프로그래머는 이탈리아의 차세대 거장 파올로 비르지가 영국의 대배우 도널드 서덜랜드와 헬렌 미렌과 손잡고 만든 ‘레저 시커’를 추천했다. 영화는 노부부가 캠핑카를 타고 훌쩍 떠나는 여행을 통해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돕는다.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추천작 ‘죄 많은 소녀’ 스틸컷.

한국영화 담당인 남동철 프로그래머의 추천작은 뉴 커런츠 선정작 중 한국 사회 내 비극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추천작은 김의석 감독의 ‘죄 많은 소녀’다. 자살한 딸의 어머니는 그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는 소녀를 찾아간다. 소녀는 사건으로 인해 마녀사냥의 주인공으로 낙인찍히고 만다.
영화 ‘마더!’ 스틸컷.


박도신 프로그래머(월드영화 담당)는 야외 상영작으로 구성된 오픈 시네마 섹션에서 두 편의 ‘19세 등급’ 영화를 추천했다. 첫 번째 작품은 ‘블랙 스완’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제니퍼 로렌스가 주연을 맡은 ‘마더!’다. 박도신 프로그래머는 “제가 올해 본 작품 중 가장 독창적이고 기괴하기까지 한 작품”이라고 언급했다.

두번 째 작품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꼽은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다.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 사자상을 거머쥔 이 작품은 동화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수위가 높은 누드 장면부터 잔혹한 씬들도 담았다.

◇세계 ‘3대 영화제’를 보면 ‘BIFF’가 보인다=올해 칸국제영화제에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더 스퀘어’(루벤 웨스틀룬드 감독)는 미술관 대형 프로젝트를 맡은 한 큐레이터의 경험을 소재로 한 블랙코미디다.

베를린국제영화제 각본상, 테디상 수상작이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판타스틱 우먼’ 스틸컷.

노래하는 트랜스젠더 ‘마리나’의 이야기를 담은 ‘판타스틱 우먼’은 마리나의 혼란과 사회의 편견을 직시한다. 세바스티안 렐리오 감독의 신작으로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 테디상을 수상했다. 실제 트랜스젠더이자 가수로 다니엘라 베가의 연기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 ‘다운사이징’도 눈에 띈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영화는 종말을 앞둔 지구를 구하고자 과학자들이 ‘인간 축소 프로젝트(다운사이징)’을 진행한다는 내용을 다뤘다. 주연에는 멧 데이먼이 열연했다.

김귀현기자 k2@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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