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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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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5  23: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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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499)

“차암 난 또 뭔 소리라꼬. 사십 대. 나는 이혼녀고 언니는 노처녀도 아니고 늙은 처녀 다 됐나?”

“책에서 봤는데 여자들의 가임기는 건강한 난자가 활동할 때인데 34-37세가 지나고 나면 임신확률이 아주 떨어진다네.”

“참 별걸 다 아네. 그런데 서두가 좀 길다. 그래서 뭔 소리 할라꼬 그리 에두리는데?”

“형편이 안돼서 그렇지, 사실 아이는 꼭 하나 낳아보고 싶었거든.”

“여자로 태어났으니 그야 당연하지.”

“관리하거나 속박 당하기 싫은 병적인 거부감 때문에, 일생의 미래까지 미리 볼 방법이 없으니까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기회까지 놓쳐버린 지금, 다행히 그 비슷한 감정으로라도 나를 써보고 싶어.”

“도대체 뭔 말을 할라꼬. 퍼뜩 바른대로 직접 말해라 고마.”

“수연이를 입양 보내지 않았듯이 우리들의 존재가 초라하지 않을 사업을 해보고 싶어. 전에도 말했지만 피 한 방울 안 섞인 외국인들도 우리나라 애들, 특히 장애를 가진 애들까지도 입양해서 키운다는데 그에 비해 우리나라 여자들은 나부터 너무 얍삽하고 이기적이다 싶다.”

“그럴 줄 알았다. 전에 말했던 고아원, 뭐 그런 거?”

“고아원 말고 보육원. 너 아다시피 우리는 참 부끄러운 가계의 출신들이잖아. 그래서 나는 부끄러운 우리들의 자존감을 그나마 보속할 수 있는 일이 그거라고 생각해. 돈이 아무리 많아본들 마음은 못 채운다고 하잖아.”

돈이라는 말을 하는 순간 남의 밥보고 숟가락 먼저 드는 감이 없지 않았지만 양지는 지금껏 쌓아온 경험과 지혜를 발현시킬 가장 적합한 때가 이때라 두 주먹을 불끈 쥔 상태로 호남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마치 이 순간 이 말을 일생의 목표로 삼았던 것처럼.



“누군가를 원망하고 시련에 묶여 허덕이느라 흘려버린 시간을 차단시켜버리고 이제 정신 똑바로 차려야 돼. 그리고 이제 환경만 탓했던 우리가 그 시간을 만들어야 돼.”

그쯤 열쇠를 꽂았으니 성공여부는 이제 신의 뜻이다. 흐르는 강 중심에 삼각주가 만들어지듯이 필요한 곳에는 자연현상으로 어떤 결과물이 드러나는 것을 양지는 믿었다.

양지가 예상한대로 호남은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서둘러서 될 일도 아닌 것을 알았기에 생각 많은 복잡한 얼굴로 호남이 마주 서서 들어주는 것만도 고맙게 여겨졌다.

“얼마 전에 오빠네 농장 저쪽 계곡에서 있었던, 어린애 시체 유기 사건 너도 알지?”

“얼나 시체? 남이 그런 게 아니라 계모가 그랬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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