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종은 '포탄피'였다
김병수(시인·(사)세계문인협회경남지회장)
학교 종은 '포탄피'였다
김병수(시인·(사)세계문인협회경남지회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10.2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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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교육의 정의는 수없이 많지만 원론적인 면에서 본다면 인간의 행동을 계획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오늘날 교육의 양질을 계량해 가치측면에서 따지긴 어렵겠지만 우선 눈에 보이는 것이 문제다. 인생의 약 1/3에 해당하는 교육기간은 한 나라의 명운을 가늠하는 백년대계로 여겨진다.

그러나 오늘날의 교육정책은 공·사교육 할 것 없이 정체성이 모호해져 미래 국가의 존망을 염려하고 있다. 교육현실의 걱정을 누구나 공감하고 직시하면서도 눈뜬장님이 되어 고장 난 나침반에 기대어 갈팡질팡이다. 그 나라의 정통역사관을 지켜나갈 정사의 국정역사교과서가 없는 교육정책 속에 교과내용이 제대로 검인되지 않은 것을 심히 우려하며 통탄한다.

아무튼 교육자가 신뢰받지 못하고 존경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교육풍토는 썩은 교육이 아니면 썩어가는 교육일 것이다. 가정이나 학교교육이 굳이 성적 점수에만 의존하지 말고 인성교육을 통해 참다운 인간으로 살아갈 방향을 길러준다면 얼마나 다행한일이랴. 마치 고기를 주지 말고 고기 잡는 그물 만드는 기술을 배워주는 것처럼.

교육 정책의 흐름에 있어서도 어떤 면에선 과거보다 뒤진다고들 옛 교육자들은 지목하고 있다. 지자체간의 재정지원과 지방교육자치와의 행정추진과정에서도 불협화음이 생기고 있는데, 이런 불합리를 없애기 위해 선거의 비현실적인 교육정책을 조속히 공론화시키고 더불어 교육감의 직접선거제도를 없애지 않는 한 이대로는 교육기관과 지자체는 늘 갈등만 조장될 것임을 염려하며 기우는 교육의 기둥을 바로 세워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오늘날의 교육상황을 보면서, 한국의 교육 선각자이며, 열 두 개의 학교를 설립한 향촌(香村)윤효량선생을 사표로 삼지 않을 수 없다.

부모님의 위대한 점만 쫓아 따른 향촌은 민족의 수난기 일제치하를 거쳐 전쟁과 폐허의 굶주림 속에서 학생들의 교육에 일념했다.

향촌이 설립한 함안 대산중학교는 창설시절 마을 동사를 빌려 수업을 하면서 초등학교 운동장에 천막을 치고 포탄피로 학교종을 대용했던 시절이었다. 이 학교는 이제 과학기술부가 지정한 농산어촌 전원학교로 발돋움해 꿈과 희망이 넘쳐나는 명문교의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우리 교육계서도 이처럼 고난의 역경을 헤치고 극복하면서 참교육의 꽃을 피워낸 향촌의 정신을 길이 계승하고 상기했으면 한다.

 

김병수(시인·(사)세계문인협회경남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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