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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6 (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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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26  23: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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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6 (508)

양지의 말에 오빠는 얼른 대답하지 않고 입맛만 쩝쩝 다시더니 손을 내밀었다.

“그거 어디서 낫는지 나 좀 줘. 우리 집 사람 좀 뵈이주게.”

“그러세요. 한참 웃으시고 카타르시스가 되게. 호남이 집 손님 중에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읽어보라고 호남이한테 주더래요.”

“우리 집 사람한테도 당신이 주인이니 마음의 중심을 바로 세우라고 일렀지만, 그게 잘 안 되니깨. 남의 인생 산 것도 아닌데 마음이 흔들리고 낙담해서 병을 얻고. 확실하게 자기중심만 바로 세우고 자기 가치만 스스로 인정한다면 살기 괜찮을 건데. 본인은 참다 참다 오죽 했으면 병이 났을까 싶기는 하지만….”

“마음의 중심이라는 오빠 말씀 참 신선하게 들려요. 실천하기 어렵겠지만 저는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마음의 중심을 바로 세워야 된다는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스승님.”

오빠에게 스승이라는 호칭을 쓴 양지의 말은 진심이었다. 다른 여자들과 달리 살고 싶었던 노력에 비해 결국 어머니조차 극복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으로 위장병까지 더쳤는데 ‘자기중심’이라는 단어를 고종오빠에게서 듣는 내일은 소화제를 안 먹어도 될 것 같은 생기가 일어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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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고종오빠 집안의 놀라운 일은 얼마 후에 또 들이닥쳤다.

바깥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귀남언니가 좋아하는 쇠고기 장조림거리를 사러 식육점에 들렀을 때였다. 가게가 저만큼 보이는 곳에서 양지는 종업원 하 씨가 웬 여자랑 서로 잡고 실랑이 하는 것을 목격했다. 고기를 사러 온 손님에게 그럴 리가 없는 분위기라 개인적인 무슨 다툼인가 여기는 양지의 눈에 또 놀라운 것이 그들의 뒤쪽으로 보였다. 핏물이 벌겋게 배인 정육점 큰 도마 위에 마치 손봐야 될 정육을 펼쳐놓은 것처럼 어린애 하나가 놓여있는 것이었다. 두 조각 또는 네 조각으로 각을 뜬 생육을 펼쳐놓고 부위별로 분리 작업을 하고 뼈를 발라내는 도마 위에 어린애를 올려놓다니, 해괴하고 망측스러운 광경이었다.

양지가 주춤거리는 사이에 여자를 놓친 하 씨가 다가오며 당황하게 인사를 했다.

“내 참, 이일로 우짜모 좋십니꺼.”

“아저씨, 보기 흉하니까 어서 어린애부터 내리세요.”

“예, 예. 나도 얼매나 뜻밖으로 당했는지, 실래기를 하다가 그만 그리 됐심더.”

칠칠 흘러내린 핏자국이 말라붙은 앞치마 앞으로 아이를 끌어안자 백날둥이 정도의 애기가 오만상을 찌푸리며 잠깬 찌무르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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