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인간관계와 화법교육(1)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교단에서] 인간관계와 화법교육(1)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10.3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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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법과 작문’이란 과목은 국어교육 4대 영역인 ‘말하기와 쓰기’ 교육의 심화 교과이다. 쓰기인 작문도 문제이지만 말하기인 화법(話法)이 일상생활에서 더 중요성이 크다. 왜냐하면 글을 안 쓰고 살 수 있어도 말 안하고 살 수는 없을 것이니. 그래서인지 우리 속담에도 말에 관한 말이 참 많다.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에서부터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해라.’등인데, 모두가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의 학생들은 이런 심화과정을 공부했음에도 일상적 언어 구사에서 문제가 아주 많은데, 그 중 금기어나 비속어 구사가 일상화되어 있다. 학생의 행방을 물으면 주저 없이 “똥 싸러 갔다”거나 성기를 지칭하는 말이나 쌍시옷 자는 한 문장에 몇 번씩 구사한다. 더 큰 문제는 사용하는 어휘만이 아니라 경어법에 어긋나거나 비문법적인 문장도 빈번히 구사하는데 있다.

이 화법은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주위에서는 혀를 잘못 놀려 망신에 패가한 사람이 많고, 반대로 몇 마디 말로 여러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일전에 전국단위 배구대회 후 식사자리에서 만난 1990년대 한국배구의 간판스타였던 마낙길 KOVO경기감독관의 말하는 방식과 내용이 참 인상적이었다.

마감독관은 한 동석자가 “어떻게 하면 배구를 그렇게 잘할 수 있었느냐”고 묻자 같이 있던 하종화 전 현대캐피탈 감독과 이성희 전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가리키며 “종화는 천부적이라 아무렇게나 올려만 주면 잘 때렸고 저는 2%가 부족했는데 세터였던 성희 형이 원체 잘 올려주니 그렇게 되었다”고 했다.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치켜세우는 이 말에 동석한 모두가 파안대소했고 그날 자리의 분위기는 종내 화기애애했었다.

말을 잘 하거나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내용을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말이나 글로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평소에 부단한 연습으로 언어습관을 배양해야만 교양인으로서의 자질을 갖출 것이며 인간관계도 원만해 질 것이다. 학교와 가정에서의 교육, 어른들의 모범이 필요하다.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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