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일본처럼 하면 실패한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 수필가)
[경일시론] 일본처럼 하면 실패한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 수필가)
  • 경남일보
  • 승인 2017.11.02 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의 신생아들이 성인이 되어 생업전선에 뛰어드는 25년 후의 우리세상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생산가능 인구는 점점 줄어들어 구인난이 심각해지고 일자리는 넘쳐날 것이다. 그러나 노령화가 빨라져 1인당 부양인구는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도 따를 것이다. 결혼이나 취업을 하지 않아도 틈나는 대로 아르바이트만 해도 생활을 유지 할 수 있어 소위 말하는 ‘프리타족’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가족이 없으니 내집마련의 수고를 덜 수 있어 여유만 생기면 해외여행과 각종여가를 즐기는 젊은이가 대세를 이룰 것이다. 지금의 일본이 그렇다. 우리의 산업구조나 생활패턴, 경제상황이 일본을 뒤따르고 있어 그 같은 분석이 가능하다.

일본이 인구절벽에 대한 심각성을 감지한 것은 1990년 즈음이다. 그때부터 대책을 세우고 예산을 쏟아 부었으나 실패했다. 지난해를 정점으로 일본인구는 출생인구가 사망인구보다 적은 감소추세에 접어들었다. 현재인구 1억2700만명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플랜이 시작 된 것이다. ‘1억 총활약플랜’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인구100인당 일자리수가 62곳인데 견줘 일본은 152곳으로 구인난이 심각해지고 있어 저출산과 인구감소가 경제산업구조 변화는 물론 나아가서는 위기를 몰고 올 것이라는 우울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일본의 현실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도 노령화에 1인가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경남도의 1인가구 수는 4가구당 1가구 꼴이다. 60세 이후와 20대에 집중돼 있다. 60세 이후은 사별과 황혼이혼이 원인이고 20대는 결혼을 미루는 남녀가 대세이다. 도내 125만8천가구중 34만여가구가 1인가구이다. 아울러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의령군과 합천군 등 도내 군지역이 이를 선도하고 있다. 일본수준을 능가, 우리의 고령화와 저출산속도가 일본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현상은 농어촌의 미혼남성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해외결혼으로 인해 형성된 다문화가정의 증가와 그로인한 사회변화이다. 다문화가정에서 출생한 신생아가 1년에 2만명을 넘어서 결혼이주민 수를 능가하고 있다. 그들의 식생활과 생활문화가 어느듯 우리의 생활 깊숙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교육열도 높고 학습능력도 뛰어나 그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주요한 사회적 이슈가 될 만큼 중요사안이 됐다.

대통령의 2018년 국가예산에 대한 시정연설을 보면서 이같이 심각한 인구문제에 대한 보다 강력한 대책을 세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일본 총리실에는 청와대에 일자리 현황판이 있는 것처럼 인구증가를 위한 ‘1억총활약’에 대한 현황판이 걸려 있다고 한다. 1억을 사수하자는 구호는 아직도 2700만명의 여유가 있는데 왠 호들갑이냐고 할는지 모르지만 노령인구증가는 사회구조의 악화를 가져온다는 역설을 담고 있다. 오로지 신생아출산 증가만이 답이라는 뜻이다. 일본이 27년 전부터 시행한 인구정책이 실패한 것은 우리도 실패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이다. 일본처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더 강력하고 적극적이며 현실적인 대책만이 저출산에 늘어나는 젊은층의 1인가구를 막을 수 있다. 출산이 부담이 되지 않고 축복이 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부부 한쌍이 겨우 1명꼴에 불과한 상황이 계속되면 그것은 재앙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라는 인구학자의 경고를 우리의 안보만큼이나 심각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다문화가정과 늘어나는 2대세 다문화의 증가에 대한 대책도 궤를 같이해야 한다. 공원이나 공공장소에 무료보육시설을 세우고 출생이 부담이 아니라 축복이 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일본보다 더욱 강력한 대책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혼을 포기하고 즐기며 해외로 떠도는 젊을이들을 가두어 놓을 방법이 없다. 출생 30만명선의 시대가 계속 이어지면 우리사회의 역동성도 갈수록 떨어질 것이다. 우리의 신화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출생률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이다. 인구정책만은 일본을 따르면 일본처럼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 수필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