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 행복은 불행을 생각하는데서 오는 것
[월요단상] 행복은 불행을 생각하는데서 오는 것
  • 경남일보
  • 승인 2017.11.0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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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살다보면 불행할 때도 행복할 때도 있다. 그러나 불행할 때는 불행하다는 걸 분명 알지만, 행복할 때 행복하다는 것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행복이 가슴속에 들어와 자리를 잡은 후에는 그 행복의 존재를 까맣게 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행복이 이미 가슴속에 들어와 있는데도 그것이 행복인 줄 모른 채 다만 뜻밖의 얻은 행운이라고 느낄 뿐, 자기 생활의 기쁨을 분명히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행복에 대해 별다른 느낌을 갖지 못하는 것도 우리의 생리구조 그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을수 있다. 불행의 감각은 늘 민감하지만 행복할 때에는 행복을 잊어버리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행복은 행복이라고 보기엔 좀 그렇다. 이를테면 행복은 행복하다고 느끼는 그 자체이므로 느끼지 못하는 행복을 행복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 남들이 나를 부러워하고 행복하게 보더라도 자기의 감각이 저하되어 있다면 불행도 행복도 아닌 망각의 수면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행복의 존재를 확인하려면 다른 색깔 위에 자기 색깔을 올려놓고 살펴보아야 한다. 자기보다 더 행복스런 색깔도 있겠지만 아무리 불행하다 해도 자기보다 더 불행한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남들의 불행을 아무리 보고 듣고 하더라도 참된 눈으로 살펴보지 않는 사람에겐 행복의 감각이란 있을 수 없다. 주변을 둘러보면 불행한 사람들도 너무나 많아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하고, 주의의 불행도 자기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사람이라면 행복의 소중함을 불행 속에서도 느끼지 않을까 한다.

행복이란 좋은 음식에다 보옥으로 몸치장을 하고 남을 지배하며 산다고 하여 오는 건 절대 아니다. 자신의 내적인 정신 자세 여하에서 얻어지는 것이므로 행복이란 진실한 인간으로서 좋은 생각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며 많은 사람들에게 정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 소유할 수밖에 없다. 가령 생리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되, 자기보다 더 나은 사람보다는 자기보다 불행한 사람을 많이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행복이란 불행을 생각할 수 있는 데서 오는 것이기도 하지만, 슬픔과 굴욕 그것이 자기 것이든 남의 것이든 그것을 모르고 그저 지나치게 자기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자에겐 행복이란 있을 수 없다. 오직 진실하게 남의 불행을 헤아려 걱정하는 사람에겐 행복이 찾아온다고 볼 수 있다. 자기 운명에 대한 고마움도 알고 행복과 불행을 서로 대립시킴으로써 과연 인생이란 무엇이며 인간의 행복이 어느 곳에 있는 것인가를,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보도록 해야 한다.

 
<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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