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범죄와 질병은 예방이 상책이다
주용환(사천경찰서장,법학박사·시인)
[객원칼럼]범죄와 질병은 예방이 상책이다
주용환(사천경찰서장,법학박사·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17.11.0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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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120세까지 살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수명이 늘어나는 이유는 건강검진 등 질병에 대한 예방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열심히 운동하고 적당한 음식과 절제된 행동을 꾸준히 하는 등 자기노력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범죄 또한 발생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어떤 건물에 유리창이 깨진채로 사용하지 않은 건물을 방치하게 되면 그곳에서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깨어진 유리창 이론’처럼 사전에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어두운 싹이 트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범죄든 질병이든 예방을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곡돌사신(曲突徙薪)이라는 말이 있다. 즉 아궁이를 굽히고 땔감을 옮긴다는 고사성어다.

길가던 사람이 주인을 찾아와 “댁의 아궁이가 너무 곧게 뻗어 있고 게다가 바로곁에 땔감까지 쌓아두어 불이 날 염려가 있으니 아궁이를 지금보다 조금 굽히고 땔감을 떨어진 곳으로 치우는 것이 좋겠소”라고 했다. 그러나 집주인은 그 이야기를 묵살했다.

얼마 안돼 정말 불이 났고 다행히 이웃들이 달려와 불을 끄긴했다. 그래서 주인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소를 잡아 이웃에게 잔치를 베풀었는데 불을 끄다 다친 사람을 가장 윗자리에 모셨고 막상 앞서 아궁이를 굽히고 땔감을 치우라고 충고한 사람은 잔치에 초대받지도 못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어떤 사람이 말했다 “앞서 그 사람의 충고를 들었더라면 잔치비용을 들일 것도 없이 아무 걱정이 없었겠지요. 이제 공을 논하면서 바른 충고해준 사람은 아무 보람도 없고 불 끄다가 이마를 다친 사람만 상전대접을 받네 그려” 라고 말한데서 나온 고사성어이다(한서 곽광전) 달리 말하면 유비무환의 뜻일 것이다.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말도 있다. 즉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이탈리아 속담에도 “배가 가라앉은 다음에야 사람들은 그 배를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었는가를 알게 된다” 말이 있고, 처칠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때로는 인간은 사건이 일어난 다음에야 현명해진다”라고 했다.

이러한 말들의 교훈은 사전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의 방책이 있을 수 있겠지만 사전예방이 최선의 대책임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보편적 인식은 사전예방에 관심을 크게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숨을 쉴 수 없을 때 공기의 귀중함을 알게 되고, 아프고 나서야 사전에 건강을 챙길 걸 하며 후회하듯이 평소에 예방의 고마움을 잘 느끼지 못하고 산다. 범죄 또한 예방이 목표이며 목적이다. 검거나 단속은 예방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데도 예방에 방점을 두지 않았다. 요즘 교통사고가 빈번하여 인명을 잃거나 다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교통사고는 과실범이기에 예방을 하면 효과가 매우 크다 할 것이다. 그래서 단속위주 보다는 사고예방 위주로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사전 예방이라는 것은 중요한 방책이면서도 인식의 전환 없이는 실행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어떤 천하장사가 장사타이틀을 얻기보다 지키기가 더 힘들다는 말을 하듯 예방이란 지킨다는 의미일진대 노력과 시간이 뒤따라 줘야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범죄예방의 경우도 꾸준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아울러 우리 모두의 관심과 예방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그렇게 해야만이 사회안전이라는 목적달성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용환(사천경찰서장,법학박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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