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과욕이 화를 자초한다
최숙향(화개초등학교왕성분교장·시인)
[교단에서] 과욕이 화를 자초한다
최숙향(화개초등학교왕성분교장·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17.11.0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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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농장하는 어떤 분이 백합꽃같이 생긴 노랑색의 꽃을 가졌다고 해서 목백합나무라고 불리는 수종을 모셔왔다가 제거대상 1호에 올려놨다는 글을 흥미롭게 읽어본 적이 있다. 어렵게 가져온 만큼 기대가 컸었는데 몇 년 째 꽃을 보여줄 기미는 고사하고 키 작은 생명들에게 그늘만 드리우기에 이번 가을을 끝으로 없애 버리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제거리스트에 올려놨다는 것이다. ‘아무리 귀한 생명이라 할지라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대가리를 치켜들고 안하무인격으로 설쳐대는 꼴을 보면 볼수록 밉상이라는 느낌이 든다.’ 라는 것이다.

자연도 여름이 가면 어김없이 가을이 오는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돌아가고 있고 각양각색의 빛깔로 어우러진 나뭇잎들도 제각각이지만 먼저 피어난 잎이 먼저 물들어 떨어지는 자연의 이치를 따르며 살아가고 있다. 다양한 재주와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 세상에도 세상의 이치가 있고 보이지 않는 질서와 규칙이란 게 있는 법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문서형식을 갖추진 않았지만 결코 무시해서는 안되는 불문율이란 게 있는 것이다. 규칙처럼 세세히 문서로 명시해놓진 않아도 더불어 살아가며 지켜야 할 기본 질서와 도리가 존재하고 사람들은 그 불문율을 공유하며 질서를 만들며 그 질서를 깨뜨리지 않고 존중하며 살아간다. 지각이 있는 사람들은 성문법보다 그러한 불문율이 오히려 더 무섭게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내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간혹 그런 질서마저 무시하는 무지랭이가 속해있는 집단에서는 질서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방향성을 잃은 사람들이 속출하게 되어 불만과 불신이 악의 꽃처럼 피어나기도 한다.

흙탕물을 고요히 가라앉혀놓으면 위에는 맑은 물이 뜬다. 다양한 사람들이 뒤섞이다보면 흙탕물이 일기 쉽지만 지각이 있는 사람들은 서로 진정한 행복추구의 한 가지 지향점을 향해 긍정마인드로 배려하고 양보하며 맑은 물처럼 말없이 살아간다. 그러한 집단에서 미꾸라지 한 마리가 욕심으로 물을 흐리며 휘저어 놓은 흙탕물에서는 가라앉아 있던 찌꺼기와 부유물들이 뜨기 마련이다.

인간사 어디에서건 개인의 그 ‘과욕’ 때문에 질서가 깨지고 문제가 일어난다. 4차 산업혁명시대라 일컬어지는 사회에서는 단순한 기본 질서 논리마저 깨우치지 못하는 부류가 설치게끔 판을 마련해주는 세상이 되어선 곤란하겠다. 특히나 배려를 가르쳐야 하는 신성한 교단에선 질서를 깨뜨리고 선배도 없고 후배도 없이 혼자 욕심을 부리고 설쳐대는 인간이 있다면 위의 목백합나무 짝이 되는 건 시간문제가 아니겠는가! 천상천하 유아독존, 안하무인의 뜻이 새겨지고 ‘전부를 취하면 전부를 잃는다’고 새겨진 팔만대장경에 나오는 욕심에 관한 성어가 생각나는 깊숙한 가을녘이다.
 
최숙향(화개초등학교왕성분교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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