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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들의 정신을 담은 현판
최석찬 (한국서예협회 진주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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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19  23: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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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찬
선조들이 물려준 소중한 문화유산인 고궁이나 사찰, 서원, 고택 등 옛 건축물에는 예외 없이 유려한 글씨의 다양한 현판(懸板)이 걸려 있다. 선조들은 건축물에 경전이나 명사들의 글귀를 인용해 이름을 부여하고, 당대의 지식인이나 명필들의 글씨를 나무판에 새겨 건축물의 중앙에 게시했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이 현판문화로 자리 잡았다. 현판은 해당 건축물의 기능이나 성격 등을 담고 있으며, 글씨가 주는 시각적인 아름다움까지 글자 속에 함축하고 있어 선인들이 지향하고자 했던 삶과 철학 등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다.

현판은 글씨나 그림을 새겨 문 위나 벽에 다는 편액(扁額)을 의미 하지만 통상적으로 편액과 건물의 기둥에 거는 주련(柱聯)을 통칭해 일컫는 말이다. 건축물의 얼굴이라고도 할 수 있는 현판은 걸려 있는 위치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전통 사대부나 명문가의 유훈(遺訓)이나 지향하는 정신적 가치를 담고 있는 명가의 현판, 선비들의 강학(講學) 공간인 서원·향교 등의 설립 목적에 맞게 교육이념이나 심신을 수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강당의 현판, 출가한 스님들의 수행 공간답게 수양과 불가의 용어를 담고 있는 사찰의 현판, 나라의 통치이념이나 태평성대의 내용을 담고 있는 고궁의 현판, 빼어난 자연경관에 위치해 주변 경치와 잘 어울리는 풍류를 담고 있는 누정(樓亭)의 현판 등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경제적인 풍요에 따라 생활의 여유를 추구하며 여행을 하거나 고적답사를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난 요즘이다. 승경(勝景)에 자리한 사찰과 누정, 그리고 선인들의 자취가 어린 곳곳에는 현판과 주련들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단순한 경치 감상에만 머물며 웃고 즐기는 것으로 멋과 낭만을 찾을 것이 아니라, 옛 건축물의 아름다움과 현판의 멋스러움을 감상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도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선인들이 그러했듯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에 삶의 지향을 담은 구절을 하나 찾아 이름을 부여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러한 일이 문화유산의 의미와 가치를 계승해 가는 소중한 일일 것이다.

백범(白凡) 김구 선생도 우리나라가 경제대국이 되기보다 문화대국이 되기를 원했다. 유럽이나 서양의 수준 높은 문화는 부러워하면서 품안에 있는 우리의 문화적 가치에 대해서는 너무 무관심한 것이 아닌지 우리를 한 번 되돌아 볼 일이다. 
최석찬 (한국서예협회 진주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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