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헛도는 출산장려 정책
이웅호(경남과기대 경제학과 교수)
[경일포럼]헛도는 출산장려 정책
이웅호(경남과기대 경제학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11.2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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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생애주기별 주요 특성 분석”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406,200명이다. 이는 전년보다 7.3%가 줄어 든 것으로 올해는 40만 명을 밑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합계출산율(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자녀수)은 OECD국가 중 최저 수준인 1.17명으로 이는 2002년에 1.17명을 기록한 이래 15년째 초저출산국 기준인 1.3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출산율 감소는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감소로 이어져 작년 3763만 명을 정점으로 올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하여 ‘인구절벽’의 시대에 접어들어 심각한 국가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의 심각성을 깨닫고 저출산 대책으로 2006년부터 10년간 80.2조원을 쏟아 부었으나 출산율은 더욱 떨어졌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아이와 함께하는 행복한 사회’를 목표로 연간 20조 원이 넘는 총 108.4조 원의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할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반등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아무리 출산장려 정책을 편다고 해도 출생아들이 늘지 않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저출산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혼인율 감소와 만혼(晩婚)을 꼽고 있다. 즉 2016년 혼인율이 5.5%로 최저치를 보인 가운데 결혼연령도 30세를 넘어 섰다. 이에 출산연령도 32.4로 높아졌다. 이와 같이 결혼을 피하거나 늦추는 주된 원인은 경제적 문제로 여성들이 직장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는 데 있다. 또한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교육비와 양육비 부담 등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이 없다는 것이다. 즉 젊은 여성들이 ‘결혼도 하고 싶고 아이도 낳고 싶지만, 그렇게 할 여건이 되지 않아 못하는 것’이다.

출산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출산은 국가적 인적자산의 보루라는 사회적 효용과 가정 행복의 시작이라는 사적 효용을 공유할 기반마련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주된 요인인 가정과 직장이 양립할 수 있는 사회 환경 조성이 선결되어야 한다. 즉 자녀를 낳은 뒤 마음 놓고 육아할 수 있도록 출산·육아 휴직이 보장되어야 한다. 공무원, 공공기관 및 대기업에서는 어느 정도 현실화되어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서는 언감생심(焉敢生心) 그림의 떡이다. 이에 대한 보전은 전액 정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경력단절의 주 걸림돌인 육아도 정부가 책임진다는 인식하에 보편적 육아복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육기관의 공공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육아휴직의 자율적 결정을 위하여 휴직급여 등의 현실화에 필요한 독립적 재원 마련이 선결되어야 한다. 둘째 사회적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혼외출산, 미혼모출산, 국내입양 및 다문화 가정 등 다양한 가족유형에 대한 사회적
·제도적 인식변화가 이루어져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라는 개념으로 사회적 출산율을 제고시켜야 한다. 셋째, 불임부부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불임시술 지원을 위한 까다로운 절차, 제한된 지원 횟수, 소득순위에 따른 차등지원 등 선택적 진료에서 누구나 지원받을 수 있는 보편적 지원으로, 60만 쌍 이상 불임부부의 애절한 문제를 해결해 줄 때, 국민행복지수와 출산율 제고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출산·양육비용은 국가가 감당한다는 기본적 인식 즉 ‘모든 아이는 국가가 키운다’라는 프랑스의 출산정책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도 ‘애 한명 낳으면 얼마를 지원’과 같은 선택적 정책에서 ‘출산은 개인, 육아와 보육은 국가’라는 보편적 정책으로 전환하여 ‘양육을 위하여 직장을 포기, 직장을 위하여 출산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사회구조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이웅호(경남과기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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