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에서 좋은 작품은 속됨이 없고 기교나 꾸밈없는 졸박함을 최고로 친다. 서예작품의 기묘함은 억지로 꾸미는데 있지 않고 정직함과 졸박함이 무르익어 극에 달하면 저절로 풍겨져 나온다고 했다.
이 말이 비단 서예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삶의 아름다움이란 그저 오지는 않는다. 아름다움의 ‘아름’은 ‘알음’과 앓음‘이 그 어원이다. 알지 않고서, 앓지 않고서 오는 아름다움이란 허망한 것일 뿐이다. 결국 삶이란 아름다움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우리가 추구하는 모든 욕망들은 가치를 지니지 못할 것이다.
요즘 정치, 재계 등 우리나라를 이끌어 왔던 지도자들이 줄줄이 법의 심판대에 서고 있다. 실로 나라망신이고 국격을 실추시키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제적인 풍요로움과 높은 사회적 지위를 꿈꾸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 욕망이며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욕망을 채워가는 과정들이 정도를 벗어나게 되면 아름다움을 잃게 되고, 모든 것이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다는 것을 이들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교훈인지도 모른다.
또 한국의 사족(士族) 안동김씨를 대표하는 정헌공(定獻公) 김계행(金係行)은 “우리 집에는 별다른 보물이 없으니 오직 청백(淸白)만이 보물이다”라는 유훈을 남겼고, 선조의 유훈을 잘 계승한 후손들은 보백당(寶白堂) 문중을 이루어 지역의 최고 명문가 되었다.
선현들이 몸소 실천으로 보여준 이러한 선비정신은 한 시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라면 누구나 지녀야만 하는 필수덕목일 것이다. 선현들의 가르침이 큰 울림으로 와 닿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지니고 살아야 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묻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떳떳하고 당당함에서 우러나는 것이다. 그 진정한 아름다움의 전형은 선현들이 우리들에게 남겨준 지혜요 자산일 것이다. 그렇게 남겨준 지혜와 자산을 통해서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는 아름다움을 찾아야 할 것이다.
최석찬((사)한국서예협회 진주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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