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다림 속에 꽃은 피고 있다
천미숙(진주여자중학교 전문상담교사)
[기고]기다림 속에 꽃은 피고 있다
천미숙(진주여자중학교 전문상담교사)
  • 경남일보
  • 승인 2017.11.27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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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미숙
 
오늘도 나는 아이들에게 ‘행님아’를 부르면서 진주여자중학교 Wee클래스 문을 활짝연다. Wee클래스 상담실은 언제나 시끌벅적하다. 햇살 같은 ‘까르르’ 웃음소리는 언제나 나에게 에너지와 활력을 준다.

전문상담교사 6년차, 자칭 공감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한 나의 학교 현장은 쉴 틈없다. 현장에서 아파하는 아이들은 너무나 많다. 교우관계 갈등. 부모와 갈등. 성적문제로 학교부적응이 늘어가고 있다. 욕설을 일삼는 아이들을 보면 회의와 상실감에 지치기도 한다. 그러나 ‘선생님 너무 힘들어요’ 라는 아이들의 말에 나도 같이 아파지며 매일같이 하루를 마감한다.

그럼에도 내가 이일을 사랑하는 것은 조금 더 기다려 주면 제각기 다른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 꽃을 보기 위해 기다림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작년 졸업한 한 아이는 시험성적 만점을 받아가도 어머니가 만족하지 않아 펑펑 울었다. 누구나가 부러워하는 학생이었지만 부모님께 인정받지 못하는 괴로움으로 자살 충동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 아이에게 나는 ‘지금 잘하고 있다’‘ 넌 괜찮은 아이다’라고 인정하는 메시지를 전해줬다. 밤새 학원공부에 시달리며 수면부족으로 기운없는 낯빛을 보이는 아이들에게 ‘괜찮아, 우리 이삐(이쁜이)’ 하고 다독거려 주면 아이들의 눈빛도 반짝 빛난다. 누군가의 지지에 눈이 반짝반짝해지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전문상담교사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현재 1학년인 한 아이는 결석도 잦고 반 친구와 갈등으로 수업이 전혀 안되고 대인기피증까지 보였다. 1시간 학교 적응 목표로 시작한 진희는 4개월이 지난 지금, Wee클래스 대안교실 프로그램을 통해 친구도 많이 사귀고 있다. 교장선생님도 늘 곁에서 칭찬하며 기운을 북돋우고 있다. 이것은 경남교육청의 역점과제인 행복학교, 더불어 행복한 정책인 ‘아이좋아사업’을 전적으로 지원해준 결과이기도 하다.

천천히 기다려 줘야 한다. 기다려주는 것이 부모님, 현장에 있는 교사의 몫이다. 기다려주는 연습을 하자. 아이들은 나름의 꽃을 피우고 있는 중이다. 전문상담교사로서 오늘 하루도 기쁘게 아이들을 만난다.

 
천미숙(진주여자중학교 전문상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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