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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 지진대책
이수기(논설고문)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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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4  1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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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5·4 지진이 발생한 포항은 건물이 쿵쿵 소리를 내며 고층건물까지 위아래, 양옆으로 크게 흔들렸다. 놀란 사람들이 밖으로 몰려나오는 등 가슴을 쓸어내렸고, 아직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건물 벽이 심하게 갈라지고, 벽체 벽돌이 무너지는 등 순식간에 폭탄을 맞은 것 같이 아수라장이 됐다. 지진 강타로 부상 100여명, 민간건물 피해 3만여건, 많은 이재민, 학교, 상점, 아파트, 주택 등 현지는 처참한 피해상황을 낳았다. 주변 고속도로 IC 하이패스 차선 먹통, 휴대전화·카카오톡 잠시 불통도 있었다. 상점·가정 등에 진열된 물건들이 어지럽게 바닥에 추락했다. 길가에 세워둔 차량이 담장·건물외벽 등에서 떨어진 파편에 파손됐다.

역대 2번째 규모의 지진이 하필 수능 전날이라 수능생·학부모 등 관계자들을 혼비백산케 했다. 9·12경주 5·8이 일어난 지 약 1년만이다. 진앙지인 포항을 비롯, 전국에서 감지됐다. 포항 피해를 보면 지금까지 지진대책이 완전히 엉터리였음에 대한 경고로 봐야한다. 이제 한반도도 ‘지나가면 그뿐’이라는 미련한 배짱으로 넘어갈 재앙이 아님이 입증됐다. 전문가들은 한반도가 지진 활성기에 접어들었다는 경고다. 잠복 중인 지진 응력(應力)이 여러 내·외적 요인으로 인해 본격적인 힘을 발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엉터리 지진대책에 대한 경고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란 경고가 계속 나왔지만 정부·지자체·국민들이 ‘설마’하는 생각으로 방심해 온 것이 통할 수 없게 됐다. 파손된 필로티(piloti) 기둥의 15㎝ 간격 철근을 30㎝간격, 철근 콘크리트피복 4㎝ 규정의 1㎝ 시공 등 내진 수준이 형편없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지적이 아니다. 설계·시공·건축주·당국감독·감리 등 여러 부실이 빚은 재앙이다. ‘천재지만 인재’라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경주 지진 때 온 정치권이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며 호들갑을 떨었으나 소리만 요란했지 대책은 빈 수레였다. 정부는 작년, 올 예산을 편성 때 지진 안전대책 예산을 77%나 깎아버렸다. 국회에 발의된 지진 관련 정부·의원 법안도 겨우 2개만 통과시켰다.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였던 적이 없었다. 6·7이 추정되는 서기 779년 3월 신라 혜공왕 15년 삼국사기의 지진으로 ‘백성들의 집이 무너지고 죽은 사람이 100명이 넘었다’는 기록이다. 만약에 현재 6·7이 발생했다면 그야말로 아비규환(阿鼻叫喚)이 됐을 것이다.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인명과 재산 피해가 났을 것이다. 1936년 7월 4일의 지리산 쌍계사주변에 5·1이 일어났다. 삼국사기 100여건, 고려사 190여건, 조선왕조실록 2000여건 중 피해를 낸 것이 400여회나 나타났다. 내진설계가 된 전국 건물은 20%에 불과, 80%는 아예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새로 짓는 건물뿐만 아닌 오래된 건물의 보강작업이 더 시급하다


설계·시공·감독·건축주 여러 부실

전 세계가 지진공포 속에 영국 가디언이 지구자전 속도가 늦어져 내년은 7 이상의 강진이 올보다 급증, 20차례 이상 발생할 수 있다는 미국 지질학회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지진 대비 3가지인 내진((耐震:구조물 내력 감당), 면진(免震:지진력 전달 줄이는 방법), 제진(制震:지진 맞대응 능동적 개념)이 완벽해야 한다. 미봉책만 생각, 당국자·정치인들이 몰려와서 증명사진만 찍는 립 서비스만 펼칠 일이 결코 아니다. 포항·경주지진이 다른 지역에 닥쳤다면 비슷한 피해를 생각하면 불안하다. 지질·단층대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서둘러, 최적 수준의 파악이 급선무다. 천재지변이라도 내진보강, 피해구호 지원 대책 등 만반의 대비를 잘 하면 생명·재산을 지킬 수 있다. 지진은 한순간을 위해 100년을 준비하는 유비무환의 대비 태세를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이수기(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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