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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농부 착한 소비자
박길석(경남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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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10  22: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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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도 텃밭 만들어서 직접 농사를 짓자”

살충제 계란파동이 있은 직후, 중학교 2학년인 우리 집 아이가 엄마에게 한 말이다. 정부가 발표한 살충제 계란의 비율은 4.2%였다. 이로 인하여 95.8%인 다수 농가들이 생산한 계란도 소비가 되지 않고 있다. 어느 신문보도에 따르면 계란 공급은 정상화되었지만, 살충제 계란에 대한 불안감으로 판매량이 40%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이는 결국 농가들의 소득감소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나 하나쯤이야 조금 잘못하더라도 큰 이상은 없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과 생산성 향상만을 외쳐온 우리 모두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다.

얼마 전 과수원에서 풀을 베다가 벌에 쏘여 1주일 동안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입원했다가 가까스로 회복되었다는 농부의 이야기가 있었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친환경에 가깝게 재배하려고 노력하는 농부들에게 여름은 곤욕스러운 계절이다. 잡초들은 어찌나 잘 자라는지 과수원 전체의 풀을 베고 원점으로 돌아오면 다시 제초작업을 해야 할 정도이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과수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여름에 최소한 3~4회 정도는 풀베기를 한다. 올해처럼 무더웠던 여름날에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풀베기를 하면 거의 초죽음 상태에 이른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은 농부의 이러한 사정을 잘 모른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얻기 위하여 소비자는 가성비가 좋은 상품만을 찾아 나서는 경우가 많다. 농촌진흥청에서 발표한 2017 농식품 소비트렌드에 의하면 친환경인증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가구의 구매액은 연간 2만6842원으로 전년도에 비하여 8% 정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겉으로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농산물을 원한다고 하지만, 실제적으로 농산물 구입하는데 있어서는 이율배반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친환경농산물 인증건수는 2010년 222만 건에서 2016년에는 57만 건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처럼 친환경농산물이 감소하는 이유는 저농약 농산물이 친환경인증에서 제외된 것도 있지만,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비용도 많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수확량도 관행 농산물에 비하여 적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관도 깔끔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소비자가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착한 소비자인지 그렇지 않으면 효율성만을 찾는 소비자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면, 나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살충제 계란으로 인하여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많이 하락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일부 잘못된 생산자의 반성과 함께 정부의 강력한 규제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제값을 지급하고 구매하는 착한 소비자도 필요하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안전한 먹거리 생산이 가능하다.

박길석(경남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박길석 경남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박길석(경남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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