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청동기박물관, 과감한 결단 필요하다
강길선(진주시의원)
[의정칼럼] 청동기박물관, 과감한 결단 필요하다
강길선(진주시의원)
  • 경남일보
  • 승인 2017.12.13 14: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분위기가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며칠 전 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림픽 관전 목적으로 강원도를 방문하겠냐는 질문에 32%만이 방문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방문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67%에 달했다. 당장 마음이 급하고 올림픽을 치루는 것이 걱정이겠지만 차분하게 올림픽 이후까지 보아야 그나마 해법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강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바가지요금에 분통을 터뜨리며 다시는 찾고 싶지 않다는 말이 나오고 있으니, 한 철 장사에 너무 들떠만 있지는 않은지 진지하게 돌아볼 때다.

이렇게 아무리 큰돈이 투입되고 번듯한 건물과 시설을 세운다고 해도 사업의 철학이 제대로 서지 못하고 향후 운영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없으면 민이나 관이나 땅을 팔고 건설특수만을 바라는 한탕주의로 전락하기 쉽다. 먼 미래까지 주민들에게 혜택을 주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겠다는 치열한 고민이 없다면 어떤 사업이라도 망가질 수 있다. 진주시는 2009년 개관한 청동기박물관을 입술을 깨물고 이렇게 돌아보아야 한다.

진주시 청동기박물관은 총 사업비 121억 원의 사업으로 국비 32억, 시비 89억 원이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 예산 투입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방문객은 초라하다. 매년 운영비로만 수억원 가까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연 입장료 수입이 천만 원이 되지 않는 다. 투입한 121억 원의 예산도 효과를 못 냈고 매년 심각한 적자로 진주시 재정을 갉아먹는 세금낭비 시설로 전락하고 말았다.

더 큰 문제는 방문객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는 점이다. 적자를 보더라도 우리나라 유일의 청동기박물관으로서 교육효과와 관광효과를 낸다면 그나마 의미를 갖겠지만 매년 변함없는 시설과 프로그램, 부실한 관리로 인해 방문객들이 실망해 돌아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이미 공무원들 사이에서 한직으로 정평이 난 박물관은 퇴직하기 전에 머무는 곳, 또는 다른 부서로 가기 전에 잠시 머무르는 곳처럼 되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전문성과 열정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청동기박물관이 과거 다른 시장님이 추진했던 사업으로서 접근성도 떨어지는 곳에 특별한 대표유적도 없이 무리하게 비싼 돈을 들여 추진했다는 점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니 지금 와서 현 집행부에 이 책임을 묻는 것이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주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이 시설에 대해 모든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문제로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손실이 누적되어 왔고 이제는 용도를 바꾸려고 해도 수변구역이라 한계가 있으며 폐쇄를 하려고 해도 국비로 들어간 32억 원을 반납해야 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버렸다.

분명한 것은 지금 그대로 두는 것이 최악의 해법이라는 점이다. 매년 혈세가 줄줄 세어나가는 애물단지를 그대로 안고 있을 수만은 없다. 공단이나 전문 민간업자가 운영하는 편이 낫다면 이러한 전문기관에 과감하게 맡겨야 할 것이고, 이도 여의치 않다면 국비 30억을 반납하더라도 폐쇄하는 것이 미래의 진주시민에게 더 이익이 된다면 과감하게 폐쇄해야 할 것이다. 과거 작은 정치인이 눈앞의 성과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미래의 진주시민에게 까지 해악을 끼쳤다면 이제는 당장 비판이 있더라도 진주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릴 차례다. 그것이 진정으로 큰 정치가 아닐까. 청동기박물관이 그나마 우리에게 남긴 교훈이다.

 
강길선(진주시의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