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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심이라는 민심
김수환(형평문학선양사업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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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14  15: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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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우리나라가 해방된 직후인 1947년에 미 군정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의 70%가 사회주의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으로부터 착취와 억압만 당해오던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가진 자도 못가진 자도 없이, 모두가 똑 같이 사는 평등한 세상이 꿈만 같았을 것이다. 만일 그때 70%의 지지에 맞는 정부가 들어섰다면 우리나라가 지금 어떻게 되어 있을까.

그리스의 페리클래스는 하층민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고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재정립하여 아테네 제국을 전성기로 이끈 위대한 정치가였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그 이후, 아테네의 민주정치가 타락했음을 간파했다. 시민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행동하였고, 군중을 사로잡는 화술이 판을 쳤다. 민회(民會)는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하면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는 자들로 가득 찼다.

군중은 때때로 충동적이고 단순하며 반대를 허용하지 않는 편협성을 나타낸다. 군중을 사로잡는 선전의 주체는 정부, 시민단체, 노동자, 기업 등 정치, 상업적인 것들을 모두 포함한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종편채널들과, 1인 방송국 등의 인터넷 매체들이 긍정과 부정의 양면을 가지고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주에 청와대 민정수석이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20만 명을 넘긴 청원에 대해 직접 답변한다는 약속에 따라 공식답변을 했다. “자의로 음주한 상태에서 범죄 땐 감형금지 형법개정안을 이미 발의했다”는 것이 그것인데, 조두순의 출소가 임박하자 국민들이 재심을 통해 형량을 더 늘려 무기징역으로 다스려달라는 청원에 대한 답변이다.

저 청원은 먼저, 재심제도는 유죄선고를 받은 범죄자가 형량의 감경을 요구할 때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청원이라는 문제점이 있다. 재심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재심을 요구한 셈이다. 또 하나는 조두순의 범죄가 살인 못지않게 잔악한 것이지만, 법대로 재판을 받고 재판의 결과대로 형벌을 받고 있는 것을, 국민청원이라는 이름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하는 문제가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수라는 것’만으로 지위를 갖는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바로 그 다수의 힘의 한쪽 면인 포플리즘으로부터 끊임없이 위협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이 수권을 위해 대중주의에 빠진 정치 엘리트 집단과 영합한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이 있다. 그보다는 천심이 민심인 사회가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김수환(형평문학선양사업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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