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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7 (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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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18  22: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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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7 (545)

얼마쯤 걸어오던 양지가 수연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늘 그런 건 아인디 선생님이 내 그림을 뒤에 붙여놓고 칭찬만 하면 애들이 그랬어.”

수연이 관심과 시기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이 아이의 존재감에 관계된 일이다. 양지는 살며시 수연의 등을 다독거리며 자신에게 다짐하는 말로 수연을 부추겼다.

“우리 수연이는 이다음에 훌륭한 화가가 될 거다. 네 그림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특기나 소질이 있어 보이니까 선생님도 칭찬하시는 거고 아이들도 질투하는 거잖아.”

“나도 그렇긴 해, 이모.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아무 다른 생각이 안나.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도 안 들리고 잠도 안 오고.”

“그래 이모는 잘 모르지만 이모 친구 예술가들 모두 그렇다더라. 우리 수연이도 훌륭한 화가가 되면 좋겠다.”

“그런데 이모 미술 선생님이 그러는데 그림물감 그런 걸 사는데 돈이 많이 든대요. 외국유학도 해서 견문을 넓히고 공부도 많이 해서 실력을 쌓으면 좋은데 우리 선생님은 돈이 없어서 그냥 우리 선생님만 된 거래요.”

아이는 벌써 제 장래에 대한 진단을 스스로 하고 있음이다. 양지는 수연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다시 한 번 자신의 각오를 확인한다. 나는 이 아이를 위해서 내 인생을 접은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넌 그런 걱정은 말고 열심히 미술 공부나 해.”

“그럼 돈은?”

아이가 걱정스런 얼굴로 양지를 난삭 올려다보았다.

“걱정 마. 수연이는 이모 딸이잖아.”

“아, 그래서 아까 이모가 엄마라고 했구나.”

“그래. 엄마가 세상을 떠나는 날부터 이모가 우리 수연이의 엄마가 된 거야.”

“와우, 난 그런 줄도 모르고 많이 슬프고 엄마 아빠 있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다고. 아아 신난다. 이모, 갑자기 저 하늘이 너무 예쁘고 저 나무도 바위도 너무 든든하게 느껴져요.”

“니가 그런 표현도 할 줄 아니?”

“그런 표현이라면 막 그런 생각이 새털처럼 자꾸자꾸 떠오르는 그런 거요?”

양지는 다시 대견스러운 행운을 발견한 심정으로 수연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제 신체의 결함에 눌려 불행한 인생을 살까 염려한 나머지 극구 입양을 보내지 않았는데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아무 생각도 없이 몰두한다는 말이 얼마나 대단한 화가의 자질을 확인시켜 주는 것인지, 붓과 물감만 주어진다면 이 아이는 나름의 행복을 만들어 가면서 살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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