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는 남강을 끼고 있어 선사시대부터 주거지역이 발달했다. 특히 대평면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선사 유적지로 이곳에서 발굴된 청동기시대 유물은 1만 2000여 점에 달한다. 진주의 청동기역사는 청동기박물관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흔히 역사를 흘러간 기록, 과거의 기록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역사는 우리 정신문화의 흔적이며 후손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이기도 하다. 그래서 유적지나 박물관은 끊임없이 문화와 역사를 만드는 곳이다.
최근 100억 이상 투입해 건립된 청동박물관이 관람객 부족 등의 이유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으며 폐쇄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이야기들이 들린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역사, 문화에 대한 불안정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박물관은 영리기관이 아니다. 특히 역사박물관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곳이다. 그래서 단순히 상업적인 논리만으로 박물관과 같은 정신적, 문화적 유산을 평가한다는 것은 박물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특히 유서 깊은 역사와 문화의 도시, 진주는 다른 지역과는 차별적인 문화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일년 적자가 3000억 원인데도 정부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 박물관은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국가나 지자체가 제공해야 문화시설이지 수익사업을 하는 시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박물관을 이끌어가는 관장을 공무원이 전담하다 보니 박물관의 지향점과 지역민에게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박물관을 책임지는 관장과 학예사가 없는 상황에서 박물관이 제 역할을 할 리 만무하다. 박물관이 살아있어야 지역민들에게 관심을 받고 찾아가야 하는 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관장과 학예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민의 행복과 삶에 대한 만족을 결코 돈으로만 채울 수는 없다. 시민들은 갈수록 문화에 대한 정서적인 갈증을 느끼고 있다. 이 갈증을 해결할 생명수를 제공해야 하는 곳이 바로 박물관이다. 청동기박물관은 지역민들에게 소중한 자산이다. 경제 논리로 존폐여부를 논할 것이 아니라 시설을 개선하고 전문 인력을 배치해 분위기를 쇄신하고 시즌2를 준비해야 한다. 자구책을 위해 시의 노력과 시민들의 의견 수렴, 교육과 관광 효과를 내기 위한 정책들, 그리고 전문인력 투입과 지원책 등이 장기적·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런 일련의 노력도 없이 경제 논리로만 접근해 청동기박물관을 폐쇄한다면 진주의 역사와 문화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내년도 진주시 총 예산은 1조 2234억원, 청동기박물관 내년 예산은 5억 2000만원 정도다. 그 돈이 아까운가? 청동기박물관이 창조적인 교육·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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