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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 ‘나사 풀리고, 빠져버린 안전불감증 한국병’
이수기(논설고문)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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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3  16: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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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3만 달러, 10대 경제대국에서 가슴을 치게 하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의 ‘도돌이표 악몽참사’가 바다, 육지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쉬지 않고 꼬리 물고 있다. 하루하루가 마치 시한폭탄의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만 같다. 언제 어디서 또 무슨 망연자실한 사고가 터지고, 어떤 통탄할 변을 당할지 도무지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쳐 피해당한 자는 누군가의 아버지, 남편, 아들, 아내, 딸들이다. 이래서야 어떻게 안전하게 산다고 할 수 있겠나. 슬픈 참상의 나라를 어떻게 나라라고, ‘인재(人災)사고공화국’이란 말이 틀리지 않다. 참혹한 안전사고 대부분은 초기대응과 평소의 안전의식만으로도 충분히 피할 수 있다.


살얼음판 위 걷는 目不忍見 참사
지난해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 화재는 밤도 아닌 낮 시간에 2층에서 20명 등 29명이 숨지고 35명이 부상을 낼 사고가 아니다. 현 정부 출범 이후와 9년만에 최악의 참사였다. 막힌 비상구와 강화유리를 깨고 진입을 못해 어처구니없고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했다. 지난해 인천 영흥도 앞바다 낚싯배와 급유선이 충돌, 15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현재 진행형인 세월호 참사의 고통 속에서 또 대형 해난 사고가 벌어졌다. 타워크레인 인명 피해도 지난해만 10여건에 사망만도 20명 이상에 이른다. 지난해 연말 이대목동병원 미숙아 4명이 집단 사망 사고도 있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면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교훈을 잊고 참사가 잇따르고 있다. 국민 생명을 지키려는 절박한 심정에서 ‘국민안전’을 강조했지만 바뀐 것은 거의 없다. 정부도, 입법부도 대체 뭘 했는지 모를 일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뭘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부터 구조적인 문제를 제대로 따져보고, 추가 비극을 예방할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제천 참사사고는 과거정부시절의 대형 악재사고처럼 고질적인 초기 대응실패 문제점이 드러났다. 비극적인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안전과 관련한 의식과 시스템이 하나도 달라진 게 없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현 정부 들어 ‘안전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 나아진 게 없다. 참사 대부분이 불가피한 재해가 아닌 인재-긴급대책망각의 악순환이 재연됐다.

안전수칙을 지키는 일은 불편, 비용이 따른다. 편의성과 효율성만을 쫓아 안전을 소홀히 하면 그 대가는 끔찍하다. 제천 화재는 화재에 취약한 건물 구조, 초기에 불법주차로 소방차와 고가사다리가 제 역할을 못한 가운데 민간사다리차가 동원, 대피자들을 구조했다. 2015년 5명이 숨지고 125명이 다친 의정부 참사와 닮은 드라이비트·필로티가 피해를 키웠다. 소방시설 및 안전점검, 비상구, 불량단열재, 화재 40분간 비상통로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 소방당국 등의 허술한 안전시스템 등은 결코 남의일이 아니다. 대형 참사가 터질 때마다 나오는 얘기지만, 만연한 안전불감증도 하루빨리 뿌리 뽑아야 한다.


사고공화국 오명, 몰골 비극
눈물바다 오열의 불행이 설마 나에게도 오겠나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정말 모두가 정신 좀 차려야 한다. 기왕 참사 같은 잘못을 되풀이 말아야 한다. ‘나사란 나사는 많이 풀리고 빠져버린 안전불감증’이, ‘한국병’으로 자리잡은 사회인 것 같다. 국민들을 더욱 분통, 분노케 하고 참담하게 만드는 건 그토록 숱한 참사를 겪었음에도 도무지 안심이 안된다는 점에 있다. 안전을 부르짖는 나라에서 ‘부실·사고공화국 오명(汚名)’ 몰골을 드러내는 비극이 끊임없어 억장이 무너진다. 아직도 안전불감증으로 대형 인명피해 사실에 부끄러울 뿐이다. 만일 올림픽 기간에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한다면 국가 이미지도 실추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만 고치는 일은 올해는 없어야 한다.

 
이수기(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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