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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 플러스 <186> 영덕 팔각산치명적인 각을 세운 여덟개 봉우리의 ‘유혹’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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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4  2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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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산 최고의 전망, 취재팀 일행이 7봉에서 작은 암봉 허리를 돌아 세개의 석벽기둥으로 된 8봉으로 향하고 있다.


팜므파탈은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여인을 말한다. 흔히 문학적으로는 아름다운 여인의 유혹에 빠져서 숨이 멎는지도 모른 채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파멸적 종국을 맞는 것으로 묘사된다.


팔각산(628m)이 이와 비슷하다고 하면 퍼뜩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이 산이 치명적인 맵시를 뽐낸다. 입구에서 정상까지 숨 막히게 이어지는 여덟 개의 바위골짜기와 봉우리가 하늘을 찌른다. 겨울에 눈이 쌓이거나 여름에 구름이 산허리를 감싸 안은 풍경은 선경이라 할만하다. 설악산 공룡능선 용아장성 같은 불그스름한 바위들이 도열한 모습은 오래된 진경산수화 혹은 한국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산 아래에는 옥같이 맑고 투명한 물이 흐르는 옥계계곡이 있다. 그래서 옥계팔봉이라고도 한다.

이 때문일까. 날카로운 바위와 암릉이 어우러진 풍치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사망·조난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지난해 이 산에서 등산객 2명이 숨지고 많은 사람들이 부상했다. 특히 11월에는 6봉에서 7봉사이 등반 중 낭떠러지로 미끄러져 응급구조헬기로 인근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사망했다. 8월에는 70대 남성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6월에는 60대 여성이 추락해 소방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기도 했다. 5월에도 부상과 조난을 당한 등산객 3명을 잇따라 구조했다. 이처럼 팔각산은 낮은 산임에도 치명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이를테면 이 산에 가는 것은 팜므파탈의 유혹이다. 그래서 위험한 곳을 피해 안전하게 산행해야만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영덕 옥계산촌마을 앞 주차장→옥계계곡→철계단→1봉(383m)→2봉→3봉→4봉→5봉→6봉→7봉→8봉(628m)팔각산정상(하산)→300m지점 갈림길→원점회귀.

 

영덕이 하도 멀어 진주에서 3시간 이상 차로 달려 오전 11시 20분에 팔각산 입구 주차장에 닿았다. 100여대가 주차 가능한 넓은 주차장 모서리 옥계계곡 쪽에 팔각산 등산로가 있다.

등산안내판 앞에 서면 멀리 좁고 깊은 골짜기 위로 팔각산 정상이 보인다. 산행은 오른쪽 옥계계곡 옆 암릉으로 올라 초가의 용마름 같은 등날을 타고 1봉→8봉 정상까지 갔다가 왼쪽으로 돌아 내려오는 코스다.


주차장 옆 옥계계곡은 최근 계속된 영하의 날씨로 얼음이 꽁꽁 얼어 있다. 이 계곡은 팔각산과 동대산 골짜기의 두 물줄기가 만나 4㎞에 달하는 천연림과 기암절벽 사이를 가로 지른다. 계곡이 하나의 거대한 암반으로 이뤄진 특이한 지형 때문에 큰비가 내려도 흙탕물이 잘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여름철이면 피서객이 줄을 잇는다. 계곡 곳곳의 소와 폭포. 오랜 세월 물길에 파여 생긴 소와 담, 옥계폭포와 팔각산폭포가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바위산


강가를 따라 설치한 철길 100여m정도 걸어가면 양쪽 날카로운 석벽 사이로 50도에 가까운 철 계단이 보인다. 계단에 올라서면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이다. 초입에는 대부분 말라깽이 키큰 토종소나무가 빽빽히 들어찬 육산이다. 아주 가끔 크고 우람한 소나무가 보이는데 수백년간 만고풍상(萬古風霜)을 용케도 버텨온 소나무들이다.

오전 11시 54분, 등반사고가 많이 발생한 탓인지 영덕소방서에서 등산로에 산악위치표지판을 곳곳에 세워 위급상황에 대처토록 해놓았다.

전망대에서 멀리 있는 팔각산 정상 주변을 망원렌즈로 촬영해 보았더니 과연 한국화나 오래된 진경산수화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모습이 펼쳐졌다.

 

   
상투바위 주변을 지날 때 특이한 구름이 보였다.


조붓한 쉼터 안부를 지나면서 조금 드센 오름길이 시작된다. 전망대를 지나 기묘한 바위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먼저 상투바위에 다가서려는데 특이한 구름이 하늘에 떠서 흘렀다. 차가운 공기가 만든 땅콩형 구름인데 시간이 지나도 흩어지지 않고 한동안 기묘한 풍경을 연출했다. 주로 백두산 천지 등 고산지에서 발생하는 구름으로 팔각산에서 본 것은 특이했다.

곧이어 오른쪽 암벽 옆에 첨탑처럼 생긴 송곳봉을 지난다. 1봉인 첫 봉우리는 등산로 상에서 약간 벗어난 지점에 있다. 성가신 소나무 갈참나무가지들이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반대편 옥계계곡 주변 강가에는 하늘색 계열의 지붕을 가진 소박하고 예쁜 시골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옥산 3리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길은 두갈래길이다. 한길은 위험한 구간으로 2∼3봉의 날카로운 능선을 기어가듯이 올라야하고 다른 길은 암벽을 우회해서 지나는 비교적 안전한 길이다. 안전한 쪽도 워낙 경사가 급하기 때문에 미끄러짐 사고에 주의해야한다.
 

   
버지기굴.


우회하는 바람에 2∼3봉을 직접 밟아보진 못했다. 대신 2봉 아래에 있는 자연석굴 버지기굴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었다. 비바크(biwak·등산 중 텐트를 하지 않고 바위 밑이나 석굴에서 야영하는 것)가 가능한 형태였으나 이 산이 그럴 만큼의 산행거리가 될지는 의문이었다.

3∼4봉 능선의 중간 중간에는 먼 산과 동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봉우리 안쪽에 큰 바위 봉우리는 장군봉이다. 4봉을 지나면 길은 다시 합쳐진다.

12시 51분, 합류한 길을 따라서 전망대에 올라서면 이 산 최고의 풍경이 다가온다. 7봉에서 8봉으로 가는 길이며 마사토가 하얗게 보이는 능선 길에 드문드문 분재 같은 초록의 소나무가 박혀 자라고 있다. 뒤로는 8봉의 거대한 세개의 암벽 기둥이 그림의 배경이 돼준다.

그러면서도 사고가 많이 나는 위험한 구간이다. 로프를 따라 이동해야하고 등산로 외에는 나가지 말아야한다. 이 구간을 지나면 산허리를 돌아서 정상으로 향한다. 마지막 된비알이 등골에 송글 송글 땀을 맺히게 한다.

휴식과 점심 후 오후 2시 28분, 팔각산 정상에 닿았다. 동쪽에 바데산이 보이고 더 멀리 어렴풋이 풍선처럼 생긴 바다구름이 보였다. 맑은 날이면 가깝게 보인다고 한다. 북쪽엔 청송 주왕산, 남쪽에 동대산이 있는 곳이다.

하산을 재촉해 300m정도 내려가면 갈림길이다. 오른쪽 길은 독가촌을 거쳐 청석바위, 독립문바위, 황소바위, 산림욕장으로 하산하는 길이며 곧바로 내려가면 옥계계곡 주차장 회귀 길이다.

 

   
옥계계곡


하산하면서 옥계계곡을 비롯해 여유롭게 주변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발아래 거대한 학소대 암벽 옆으로 계곡이 형성돼 있다. 소는 가장자리를 중심으로 꽁꽁 얼었고 중앙에만 숨구멍이 나 있다. 이 계곡은 동대산에서 내리는 물이 합류한 뒤 학소대 침수정 삼귀암 병풍석 일월봉 진주암의 명소를 남기고 휘돌아간다. 자연의 신비와 경이로움이 강원도 동강에 비견할만하다. 침수정(枕漱亭)은 경북문화재 제45호로 조선 중기 경주 손씨인 손성을이 건립했다한다. 함양의 농월정처럼 암반 위에 자리를 잡고 있다. 침수는 돌을 베개 삼고 물로 양치질을 한다는 뜻의 침석수류에서 왔다. 자연을 벗 삼아 욕심 없이 유유자적한다는 의미다. 예부터 고을 수령과 시인 묵객들이 찾아와 글을 남기고 풍류를 즐겼다 한다.
 

   
낙엽길


하산길 곳곳에는 바람에 휩쓸려 수북이 쌓인 낙엽이 무릎까지 차고 올라왔다. 하는 수 없이 낙엽을 눈밭 러셀(russell·겨울적설기 등산 중 선두가 깊은 눈을 헤치며 길을 뚫는 것)하듯 헤치고 내려 와야 했다. 오후 3시 20분께 회귀했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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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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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산수화같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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