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촉석루 편액 읽기
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경일칼럼] 촉석루 편액 읽기
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8.01.0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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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을 넘자 촉석루는 옆모습을 보여준다. 원형 주춧돌 위에 희고 매끈한 가로 5개, 세로 6개씩 대리석 기둥이 마루를 받치고 난간을 두른 마루에 26개의 기둥이 지붕을 떠받치고 있다. 왼쪽 첫 번째 기둥에 ‘진양성 바깥엔 강물이 동으로 흐르고(晋陽城外水東流)’의 주련을 볼 수 있다. 오른쪽으로 이동하니 가운데 오름대의 처마 아래 촉석루, 맞은편에 남장대의 현판이 보인다. 마루는 나무판을 깔았고 중앙에 기둥 4개를 없애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길고 굵은 대들보로 안정을 유지한다.

남장대 아래에 서니 다리에 힘이 오른다. 이는 30개의 대리석 기둥에서 안정감을 얻음이다. 고개를 돌리니 덕천강과 경호강이 합류된 남강은 봉황이 날지 못하게 그물을 친 형세의 망진산 기슭을 연하여 흐르다 뒤벼리를 감도는 형상이 활대를 닮았는데 촉석루는 줌통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 이는 높은 누각에서 내려다보기 때문이리라. 발밑에 낭떠러지와 파란 남강 물은 겸손하라는 가르침이다. 눈을 위로 하니 채색한 대들보, 서까래 등이 역할에 맞게 자리하고 있다. 여기저기에 17개의 편액을 볼 수 있지만 작고 한자로 되어 읽기 어렵다. 보에 걸려있는 편액은 큰 글씨로 되어 영남제일형승(嶺南第一形勝)으로 읽고 ‘영남 제일의 지세와 풍경’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누각을 내려와 남강 쪽으로 돌아보니 끝을 살짝 들어 올린 초서체의 촉석루이다. 남강 쪽을 앞면으로 앞뒷면 처마 밑에 한 개씩 촉석루라는 현판을 볼 수 있다. 하나로 부족하여 두 개를 걸었단 말인가. 기둥에 7자씩 8개 주련이 늘어져 있다. 벼랑에 접하여 촬영도 어렵다. 걸려야 할 글귀겠지만 읽을 수 없어 답답하다.

촉석루하면 촉석이 무슨 뜻인가에 의문을 갖는데 해답은 호정 하륜의 ‘촉석루기’에서 얻을 수 있다.

“담암 백선생은 ‘강 가운데에 뾰족뾰족한 돌이 있는 까닭으로 누 이름을 촉석이라 한다(江之中有石矗矗 故樓名曰矗石)’ 이 누각은 김공이 짓기 시작하였고 안상헌이 두 번째로 완성하였는데, 모두 과거에 장원한 분들인 까닭에 장원루라는 명칭도 있다.”

촉석루를 찾는 다수 사람은 한글세대의 학생과 가족이다. 촉석루는 수백년의 세월 동안 문화가 녹아 있는 보물창고이다. 열어야 활력이 넘치고 알아야 민족 자산이 되어 전승될 것이다.

촉석루의 투영도를 그려 편액에 번호를 부여하고 번호에 맞춰 원본을 이해할 수 있는 해설과 촉석루 유래를 포함한 안내서를 배부 또는 자판기로 판매할 수 있겠다. 나아가 터치스크린을 설치하여 영상자료를 제공하자.

촉석루는 1948년 국보로 지정되었다가 1950년 9월 1일 북한군이 지휘부로 사용하자 미군기 폭격으로 소실되어 해제되었고 1960년 11월 20일 준공되었다. 촉석루의 국보환원을 앞당기기 위하여 국보 격에 맞는 홍보가 필요하다.

 
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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