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대천(不俱戴天)의 역사
최봉억(김해 계동초등학교 교감)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역사
최봉억(김해 계동초등학교 교감)
  • 경남일보
  • 승인 2018.01.14 0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봉억

아베총리가 최근 개막이 한 달도 남지 않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 간 외교적 입장차가 크다는 이유로 불참을 알려왔다고 한다. 말이 외교적 입장차라지만 일본과 우리나라의 역사인식에 대한 공유가 다르다는 것을 방증한 셈이다.

되짚어보면 그동안 일본은 위안부문제 뿐만 아니라 일제 침략에 관한 그들의 과오를 진정으로 사과하기는커녕 최근의 국제 관계나 평화헌법의 개정 문제 등으로 미뤄 야만적 제국주의적 야욕이 아직 남아 있음을 확인한다.

우리는 일본을 말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불구대천(不俱戴天)이다. 같은 하늘을 도저히 떠받들고 살지 못한다는 말, 즉 용서할 수 없는 관계라는 말이다. 전통적으로 불구대천의 역사를 공유하는 국가나 민족끼리는 관계가 녹록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백년전쟁의 영국과 프랑스의 관계라든지 600만 명의 홀로코스트 독일과 유태인과의 관계처럼…, 지정학적 위치에서 비롯된 오랜 역사적 사건을 공유한 한국과 일본 역시 바로 그러한 관계라 할 수 있다.

인류의 역사는 끊임없는 침략과 저항의 연속으로 점철돼 왔다. 일본처럼 인접한 이유만으로 물리적 충돌과 분쟁이 불가피 했을 수 있고, 또 다르게는 인종과 민족간의 배타적인 습속(習俗)차이로 인한 다툼도 있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한일 양국 관계는 연속적인 갈등을 겪는 숙명의 관계였다는 생각마저 든다.

한일간의 관계 개선에 대한 얘기를 하면 빠지지 않는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 총리는 독일국민을 대표하여, 정확히 말하면 자신들의 선조들에 대한 잘못을 현재적 입장에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아울러 전범자들에 대한 처벌이 시효가 없음을 밝혀 둠으로써 선린(이웃하고 있는 지역 또는 나라와 사이좋게 지냄)과 우호의 핸들을 그 피해자들에게 주었다.

여기서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독일의 이런 판단이 세계 도처 최강이라 자부하는 파워 브레인 유대인들의 지속적인 저항과 노력이 전쟁이후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유태인박물관’이 표방하는 것처럼, 그들의 고발과 노력이 단지 굴욕적 역사에 대한 되갚음이나 전쟁 피해여성에 대한 복수가 아니라 자유와 정의를 비롯한 인간 존엄에 대한 본질적이고 보편적인 가치의 수호에 있으며 이를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강한 대한민국이 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 있는 것 같다.

최봉억(김해 계동초등학교 교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