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내 집 내 것 아니다
최만진(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객원칼럼] 내 집 내 것 아니다
최만진(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8.01.1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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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제천 화재는 여러 가지 인재가 겹친 사고로 또 한 번 안타까움과 실망을 자아내게 했다. 조금만 더 조심하고 원칙을 지켰더라면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제일 큰 문제는 화재의 확산 속도였다. 저렴하다는 이유에서 사용한 드라이비트 외장재는 미쳐 손쓸 사이도 없이 빠르게 불길을 번져나가게 했다. 드라이비트는 스티로폼과 이를 지탱하기 위한 섬유유리 층 그리고 마감재로 된 구성되어 있다. 재료 자체가 저렴하고 공사하기가 쉬워 선호하는 제품이다. 하지만 핵심자제인 단열 스티로폼이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누누이 지적되었다. 문제의 제천 건물은 이에 대한 규제가 시행되기 직전에 완공하여 이를 빠져 나갔다. 당시가 드라이비트의 문제점이 한참 논의되었던 시점인 것을 감안한다면 당연히 난연 제품을 사용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설마 하는 안전 불감증과 어떻게 하던 돈을 더 벌겠다는 이기심이 이 번 참사를 불러왔다.

두 번째로는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복합성의 건물이기 때문에 내부 공간 구조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도 간과했다. 특히 이러한 건축물은 공간을 누구나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하여 탈출과 피난이 용이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축주들은 임대 및 분양수익 감소를 우려하여 복도나 계단 등의 공용 공간을 넉넉히 두는 것을 싫어한다. 또한 내부 공간을 피난중심으로 만들면 다른 실들이 곁으로 밀려나 이 또한 수익 감소로 이어 질 것을 우려한다. 제천 건물은 이러한 이유에서 미로와 같은 피난 통로를 가지고 있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그 다음 문제는 건축물의 유지관리이다. 제천 화재 건물은 그나마도 있던 좁은 피난 복도에다 물건을 적재하여 거의 막아버리다시피 했다. 특히 인명피해가 컸던 2층 목욕탕의 손님들이 이 피난 통로를 쉽게 찾아 탈출 할 수 있었다면 희생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불이 나고 연기가 가득한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창고 같아 보이는 피난 통로로 대피 할 생각은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 뿐 아니라 무슨 이유에서인지 스프링클러의 작동이 정지되어 있어 초기에 불길을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아예 막아버렸다. 설마 불이 나겠느냐는 안이하고도 바보 같은 생각이 만든 전형적인 불감증이다.

사실 건물에 화재가 나는 것은 자주 있지는 않다. 하지만 화재 발생의 위험성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고 불이 났을 때의 인명 및 재산 피해는 매우 심각해진다. 이 때문에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경각심을 늘 가질 필요가 있다. 이에 법적 규제를 충족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재해에 안전하도록 설계하고 유지 및 관리를 해야만 한다.

사람들이 이를 어기는 데는 주로 돈과 연관을 가진다. 돈을 가진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던지 편법 혹은 불법적으로 건물을 짓고 유지하여 수익을 최대화하려고하기 때문이다. 돈을 더 벌기 위하여 안전을 도외시하고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피해는 일차적으로는 사용자들에게 가지만 건물주나 관리자에게도 고스란히 부메랑처럼 돌아간다.

건물에 대한 또 하나의 잘못된 생각은 내 것이니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내 땅에 내 집 짓는다는 생각에서 편법과 불법을 예사로 행하려고 한다. 하지만 내 건물이라도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과 파장이 크기 때문에 법에 의한 규제와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 우리는 그간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숨 가쁘게 달려왔다. 국민소득이 곧 선진국 대열로 들어서는 이제는 안전하고 쾌적하게 살 생각을 해야만 한다. 이제는 정말 내 땅에 내 맘대로 짓는다는 생각을 버리고 이웃과 사용자를 배려해야 할 때이다.
 
최만진(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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