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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 ‘시비문화와 승복문화’
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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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7  16: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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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고 그름을 따지는 세상의 모든 진술들은 문화에 의존하고 있다. 문화에 의존하지 않는 진술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 차이와 다름에 대한 것은 그 다음 문제이다. 개인이나 국가 행태에 하나의 기저(基底)가 되는 문화는 문화 그 자체의 맥락과 가치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의 위안부 문제에 양국의 정치적 이해 확장이 맞물려 있지만 그 기저에는 문화의 이러한 측면이 함축되어 있다.

국가간 문화, 근본 꿰뚫고 있어야
한국과 일본의 2015년 위안부 문제 합의 내용 요체는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이에 대해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하며 상처를 구제하기 위해 재단을 설립하기로 하고, 한국 정부는 이를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 및 불가역적 해결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일본의 사과와 재단 설립 출연, 그 댓가로 그리고 한국의 이러한 내용의 인정이다. 그러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여론이 비등하자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TF)와 주무 장관인 외교장관의 발표를 통해 박근혜 정부가 저질러놓은 망국적 합의를 국가 차원에서 파기하고 취소하지는 못하지만, 이 합의를 소위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 수단으로서 인정할 수 없으며, 과거 일본의 전시 여성 성폭력 범죄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존속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2015년 합의’는 사실상 무효라는 점이 선언된다. 이에 일본정부는 소녀상 철거 요구의 근거로 내세우는 이면합의 부분과 함께 한국이 합의를 착실히 이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위안부 합의 변경 요구는 단 1㎜도 변경할 수 없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더 나아가 일본은 아베총리가 총리 자격으로 사죄하고 10억엔을 지불했으며 위안부 피해자 4분의 3 이상이 수용했다며 한국 측의 합의 이행 승복을 주장하고 있다.

국가도 서로 개성이 많이 다르다. 한국은 유교 문화라 약속을 구성하는 내용 자체의 옳고 그름을 따져 옳으냐를 중요하게 따진다. 그래서 시비문화(是非文化)에는 상황에 따라 불복 개연성이 내재되어 있다. 하지만 일본은 사무라이 문화라 약속이 옳건 그르건 실제 지키느냐 여부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른바 승복문화(承服文化)다. 한국이 생각하는 위안부 약속내용의 흠결 중심에는 민족감정문제와 함께 기본적으로 인권 문제다. 그래서 인권의 피해를 받은 사람들의 생각을 충분히 담아서 앞으로 나가야 될 상황이고, 피해자와 충분한 소통을 통해서 정부의 입장을 정립해 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본역사에서 영주와 영주간의 싸움에서 승패가 결정되면 영주와 그 일당들은 자결하고, 백성들은 무조건 새로운 승자 앞에 충성을 맹세하고 조아리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다. 1000년 경부터 1850년대까지 일본은 사무라이 무사들이 서로 잡아먹는 치열한 전쟁을 겪었고 그런 가운데 칼이 지배하는 문화속에 있었다. 그래서 강자를 보면 엎드려야 하고, 약자는 당연히 강자 앞에서 공손히 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민족이다. 이런 일본인들은 싸움에서도 한 번 열심히 싸웠다가 지면 무릎을 꿇는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승복으로 외형적인 질서가 정형되고 존중되는 사회인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일본의 승복문화가 국가 간 역사문제에도 그대로 관철되어야 한다는 당위는 설득력이 없다. 역사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이기 때문이다. 국가 간에도 최소한의 시비문화는 있어야 한다. 그것도 철저히 사실에 입각하여야 하고 미래 지향적으로 하여야 한다. 시비문화가 바르면 국가간의 관계도 건강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승복문화에도 역사적 반성 있어야
역사에서 진실을 외면한 자리에서 올바른 접점을 찾아낼 수는 없다. 치유와 화해가 전제되는 진정한 미래의 시작은 바로 여기서 부터이다.

 
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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