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 유리천장 깬 농업행정 전문가
110년 유리천장 깬 농업행정 전문가
  • 박성민
  • 승인 2018.01.08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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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달연 농업기술원 기술지원국장
 

올해로 개원 110년을 맞는 경상남도농업기술원에 최초 여성 국장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최달연(56) 기술지원국장. 최 국장은 1984년 통영, 충무시 농촌지도소에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농촌지도관으로 승진해 농촌생활자원과 자원이용담당, 소득생활자원과 생활환경담당 농촌지도관, 농촌자원과장 등 다양한 분야에 실무형 인재로 평가받고 있다. 또 농림부장관 표창(2000년), 국무총리상(2008년), 근정포장(2016년)을 수상하면서 탁월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유리천장을 뚫어낸 최 신임 국장을 만나 농업기술원과의 인연을 들어봤다.
 

-축하드린다. 소감이 어떤지.

▲경남생활개선회와 인연을 맺으분들은 눈물섞인 목소리로 축하전화를 주고 계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도와주신 분들의 한분 한분 마음이 모아져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축하화분을 분양한 수익금을 진주시 봉곡동 나눔의 집에 기부할 계획이다. 많은 분들께 한번 만나면 이름이 잊어버리지 않고 좋다고 말씀해 주신다.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 달연(達 然)은 어쩌면 지금 일과 운명적으로 맞는 이름이 아니었나 싶다.

-‘싸움닭’이라는 별명이 있다고 들었다.
▲지난 2005년 만들어진 농촌자원과가 2008년 조직개편이라는 이름아래 특별한 상의없이 없어졌다. 통합되더라도 당초 하나의 조직이었던 지원기획과와 합쳤어야 하는데 기술보급과와 통합돼 제대로된 업무기능에 어려움이 있었다. 조직 축소 당시 대응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이후 농촌자원과를 되살리는데 적극적으로 임해 2014년에 다시 농촌자원과를 되살렸다. 조직의 예산은 물론 선배, 후배들에 대한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지 ‘싸움닭’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나설 마음이 있다.

-시인으로도 활동은 어떻게 하게 됐나.
▲어린시절 산청에서 초등학교 다닐때 웅변대회와 시를 곧잘 썼다. 학교대표로 대회에 나갈때 어머니가 옷을 사주셨다. 그게 좋아서 열심히 했다(웃음). 이후 잊고 살았는데 초등학교 동창회때 친구들이 ‘어릴 때 시를 잘쓴 친구’로 나를 기억했다. 다시 글 쓰는게 어떻겠냐는 권유가 있었다. 그일이 계기가 돼 시모임에서 공부를 했다. 틈틈히 완성한 50편 시를 문학지 ‘시에’에 제출, 2016년 등단해 활동하고 있다.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30여년 전 창원, 마산에서 임신한 상태로 일을 할 때였다. 생활개선회분들과 농산물, 참기름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일을 담당했다. 만삭으로 몸은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다. 그때 농산물을 많이 먹어 영양을 잘 섭취한 덕분인지 3.75kg의 건강한 딸을 낳을 수 있었다.

-아내, 어머니로서 가족에 대한 마음이 남다를 것 같다.
▲가족에게는 언제나 미안한 마음이다. 남편은 묵묵히 밀어주고 집에서 편안하게 해준다. 일찌감치 엄마를 이해해주는 딸은 든든한 응원군이다. 맞벌이를 하다보니 딸에게 엄마사랑을 많이 주지 못했다. 딸이 6살때 내 주민번호를 외워 혼자 치과에 간 적도 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 마음이 아팠다. 학원도 아이 스스로 가고 싶은 곳을 얘기하면 등록만 해줬다. 어릴때부터 신경써주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자립심이 길러진 것 같다. 지금은 호주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데 유학 준비할때도 모두 스스로 했다. 늘 미안하고 고마운 존재다.

-시대에 따른 여성 농촌지도관 역할은.
▲1984년 임용당시 30~40명 중 여성동기는 2명뿐 이었다. 그때는 기본업무 외에도 잡일이 많았다. 설거지, 커피심부름, 숙직실·화장실 청소 등 허드렛일이 여직원의 당연한 일로 여겨질 때였다. 결혼 후 아이를 키우고 직장여성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야근을 물론 주말 출근 역시 마다하지 않았다.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고 사람들 생각도 많이 변했다. 농업인들과 일을 하다보면 여성이 소통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다. 조직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승진도 예전에는 여성에게 불리한 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여성공무원 숫자가 많아지고 불합리한 부분이 많이 개선됐다. 능력으로 인정받는 여성직원들이 더 많이 늘어나 공직사회가 더욱 건강하게 유지되길 바란다.

박성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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