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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플러스<187>하동 구재봉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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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9  03: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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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피라미드형 백운산과 중앙에 두루뭉술한 똬리봉이 많은 눈을 이고 있다. 똬리봉은 워낙 많은 눈이 내려 구름인지 산인지 구분이 안된다. 



구재봉은 조망이 탁월한 산이다. 북쪽 악양벌 너머 노고단, 반야봉, 천왕봉의 장엄한 지리산 주능선이 보이고, 서쪽 섬진강 건너 똬리봉 쫓비산 억불봉의 유려한 백운산 능선이 파노라마를 이룬다.

가깝게는 악양벌 뒷산 형제봉이, 그 오른쪽에는 지리산이 남부능선으로 주름잡아 삼신봉을 일으킨 뒤 가지 친 칠성봉이 가깝다. 왼쪽가지는 낙남정맥이요, 오른쪽가지는 칠성봉과 구재봉으로 연결된 산줄기이다. 최근 내린 눈이 지리산과 백운산, 구재봉까지만 쌓였다. 장거리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은 평사리를 중심으로 형제봉 칠성봉 구재봉을 환형으로 연계 산행하기도 한다.

시선을 조금 낮추면 강과 토지가 보인다. 국내에서 가장 청명한 물을 자랑하는 금빛모래와 비취빛의 어울림, 섬진강이 용틀임하듯 굽이친다. 그 맑은 물을 끌어와 최고품질의 알곡을 생산하는 악양벌은 풍요로움을 준다. 강이 바다에 닿는 망덕포구는 희망가를 부르게 하는 구재봉 조망의 압권이다.

구재봉(767m)의 지리적 위치는 지리산 남쪽 끝자락 하동읍·악양면·적량면 등 3개 읍·면이 만나는 곳에 있다. 산의 형상이 거북이가 기어가는 모습을 닮아 한자 거북구를 써 구자산(龜子山 또는 龜玆山)으로 불렀다. 그래서 정상에는 무술년을 맞아 표지석을 거북이 형상바위로 교체했다. 그런데 정작 악양 쪽에서는 산 모양새가 새처럼 생겼다고 하여 비둘기 구(鳩)를 쓴다고 한다. 산 정상부에 상사바위, 흔들바위, 천년석굴, 방바위 등 기암들이 도열해 산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기록에는 지리산으로부터 왔으니 곧 (하동)군의 진산이라고 불렀다고 돼 있다. 동쪽에 활공장이 위치하고 남쪽 기슭에 대규모 자연휴양림이 조성돼 사시사철 많은 휴양객이 찾고 있다.

눈이 내린 뒤 올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주말 하동 구재봉을 찾았다. 산행은 먹점마을에서 시작한다. 이 마을은 지리산둘레길이 지나는 곳으로 이번 산행에서 2014년 본보 취재팀이 지났던 둘레길 일부 구간 추억을 더듬으며 걸었다.

 

   
등산로:먹점마을→지리산둘레길 삼화실 대축마을구간표지점→먹점재→활공장→칠성봉갈림길→구재봉→둘레길 갈림길→분지봉(반환)→둘레길 갈림길→먹점마을 회귀.


오전 9시 37분, 먹점마을은 산 중턱에 있다. 승용차로 하동읍에서 화개방향으로 8㎞, 10여분정도 가다가 흥룡마을에서 오른쪽 길을 따른다. 이어 산으로 5분정도 오르면 먹점마을이다.

저단기어를 사용해 올랐더니 기름이 불완전연소 돼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산행은 이 마을을 기준으로 왼쪽 지리산 둘레길에 올라 먹점재까지 갔다가 활공장, 구재봉으로 돌아 나오는 코스이다. 그러나 이 마을에는 구재봉을 안내하는 단 하나의 이정표도, 산꾼들이 매어놓은 안내리본이 없어 당황스러웠다. 얼마 전 하동군에서 구재봉과 이명산에 정상석을 새로 세우고 단장했다는 소식을 믿은 게 화근이었다. 등산로 초입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기를 5분, 하동 삼화실∼대축구간을 알리는 지리산 둘레길 이정표가 반겼다. 기억을 더듬고 인근 하동매실마을 댁에 전화까지 해서 길을 찾았다.

 

   
산상마을 먹점마을 소나무와 억불봉.


임도를 타고 먹점재로 오른다. 뒤편에 하얗게 눈이 쌓여 있는 산줄기가 섬진강 넘어 백운산이다. 생김새가 워낙 독특해 하동 어느 곳에서도 알아볼 수 있는 억불봉에도 눈이 덮였다. 둘레길 옆 언덕에 하동 악양들 부부송과 비슷한 노송 두 그루가 억불봉과 조화를 이뤄 그림이 됐다.

먹점재에서 둘레길과 헤어진다. 정면으로 나가면 천연기념물 제491호 문암송 앞을 지나 악양들로 가게 된다. 취재팀은 이 길을 버리고 활공장과 구재봉 방향으로 우회전해서 갈지(之)자형 임도를 타고 올라간다.

오전 10시 50분, 사방이 트인 700m높이의 구재봉 활공장, 맞은편 형제봉 활공장에 서풍이 불 때 위험하기 때문에 대체 조성한 것이다. 북서풍이 불 때 3명이 동시에 이륙할 수 있다고 한다. 패러글라이더들은 열기둥을 타고 하늘을 날아 악양들과 부부송 최참판댁의 풍광을 즐기면서 섬진강 모래사장에 착륙한다.

이곳에선 이것저것 볼거리가 많아 숨이 가빠지고 조급해진다.

 

   
구름에 휩싸인 지리산 천왕봉.


지리산과 백운산이 백색 눈으로 뒤덮였는데 유독 천왕봉이 햇빛에 반사돼 별처럼 반짝인다. 백운산 뒤편에 있는 똬리봉의 두루뭉술한 모습도 이름만큼 인상적이다. 하늘에 구름인지 산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은 눈이 쌓여있다. 평사리 마을들은 산을 등에 지고 형성된 천혜의 별천지, 기름진 옥토가 있으며 사계절 그 땅에 생명수를 공급하는 섬진강이 어울려 있다. 도회지가 사람 살기 편해서 모여드는 곳이라면 이곳은 자연을 즐기면서 살려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구재봉 방향에는 소나무가 많다.

오전 11시 30분, 길 앞에 우뚝 우뚝 큰 바위들이 막아선다. 정상부근에 다 왔다는 신호다. 이 일대에는 상사바위, 흔들바위, 천년석굴, 방바위 등 기암들이 도열해 있다. 이 지점 갈림길의 이정표는 ‘칠성봉 6.2㎞ 구재봉 150m’를 가리킨다. 앞에 언급했듯이 칠성봉은 삼신봉과 구재봉을 연결하는 다리역할을 한다.

거대한 상사바위를 지나고 바위틈 사이를 비켜가며 5분정도 더 오르면 정상이다. 정상석을 산 이름과 이미지를 같게 하려고 거북이형상의 바위를 얹었는데 오히려 초가지붕 같기도 하고 버섯 같기도 하다.

무덤 앞 평평한 곳에 갈림길, 왼쪽으로 내려가면 최근 휴식처로 각광받고 있는 구재봉자연휴양림이다. 숲속에 작은집 트리하우스 10여동을 지어 관광객들이 휴식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하늘숲길이라는 등산로를 개설해 구재봉까지 오를 수 있도록 했다. 이 외 산림레포츠인 스카이 짚 어드벤처, 바비큐장 생태서식공간 비오톱(biotope)이 있어 가족단위의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섬진강이 망덕포구를 거쳐 남해에 닿는 모습이 보인다.


이번에는 햇살이 드는 남으로 선명한 강줄기와 바다가 보인다. 전북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데미샘에서 발원해 500리(200㎞)를 달려온 섬진강이 광양 진월 망덕포구 남해를 만나서 고단한 몸을 풀어 놓는 형국이다.

멀리 바다와 섬, 들녘을 가르며 굽이치는 강줄기, 가깝게 구재봉의 바위들이 만드는 구도는 한편의 그림이었다.

바위와 석력지 사이로 난 등산로가 거친데 눈까지 쌓여 미끄럽고 위험했다. 엉덩이를 길바닥에 대고 미끄러지듯 진행해야 할 구간이다. 이 부근에 있는 흔들바위는 포인트가 안 맞았는지 아무리 흔들어도 미동하지 않았다.

휴식을 겸한 점심 후 12시 50분에 자리를 털었다.

오후 1시 10분, 하산길인 신촌재에서 다시 삼화실 우계리로 넘어가는 지리산둘레길을 만난다. 취재팀은 이 갈림길에서 더 진행해 분지봉까지 갔다가 반환했다. 분지봉에는 오뚝이처럼 생긴 푸석돌이 인상적이다.

먹점마을 회귀 길에는 벤치와 뜬돌, 늙은 서어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주는 쉼터가 있다. 지금은 겨울철이라 나뭇잎을 모두 떨궜지만 2014년 그러니까 4년 전 무더운 여름 어느 날 지리산 둘레길을 종주할 때 이 나무그늘에서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 적이 있다. 산행이 끝났을 때 오후 1시 30분이 가까웠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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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벌과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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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봉 암릉과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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