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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념의 노림수김수환(형평문학선양사업회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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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25  16:3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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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세상을 보는 고착화된 사고방식을 ‘관념’이라 한다. 관념적이라는 말은 현실성이 없으며 추상적이고 공상적인 것을 가리킨다. 그것은 현상이나 사물을 직접 보고서 있는 그대로, 본성대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듣거나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주관적인 의식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관념에 갇히는 경향이 있는데, 더 많고 더 강한 관념을 가질수록 자의식은 그 만큼 갇히게 된다.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분자생물학자 자크 모노는 그의 저서 ‘우연과 필연’에서 관념은 자율성을 가질 수 있으며, 유기체처럼 번식하고 증식할 수 있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칼 마르크스의 사회주의라는 관념은 아주 급속하게 퍼져서 인류를 매료시키기도 하고 분열시키기도 하였다. 이 관념은 진화와 변화, 쇠퇴의 과정을 모두 거친 셈이다.

정치인들은 저들의 목표달성을 위해서 관념을 유용한 도구로 삼는다. 국민들에게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수식어들을 동원하여 자신들의 정치적인 이미지를 포장한다. 이를테면 보통사람, 문민정부, 참여정부, 녹색성장, 복지국가, 창조경제, 새 정치, 나라다운 나라 등이 그런 것들이다. 지나고 보면 결국 다음 정권에 의해 세찬 비판을 받거나, 정권과 운명을 같이하는 시한부 관념일 뿐이다.

요즘 우리나라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기존의 언론 매체들과 종편채널, 인터넷 등이 관념들의 생성과 번식, 증식과 이동을 가속화하고 있다. 관념들의 가공할 전파 속도와 파괴력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그 영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으며, 관념을 이용해서 사회적,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시도들이야말로 요즘 유행하는 ‘적폐’가 아니겠나.

어떤 사람이 소크라테스를 찾아와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옮기려 하자, 소크라테스는 그 얘기를 하기 전에 먼저 말할 내용을 ‘세 개의 체’로 걸러내는 게 좋겠다고 하였다. 그 세 가지는 진실의 체, 선의 체, 유용성의 체들이다. 진실하지도 않고 선량하거나, 유익하지도 않는 것이라면 아예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사람들이 관념의 속박에서 벗어날 때 우리의 의식은 속박에서 풀려난 그만큼 확장된다. 자신도 모르게 내, 외부의 요인으로 고착화된 관념을 깨고 사물이나 현상의 참모습을 보는 안목을 가진다면 드넓은 사유의 공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수시로, 틈만 나면 우리들에게 관념을 들이대는 정치인들과 저 매체들은 과연 몇 개의 체를 작동시킬까.
 
김수환(형평문학선양사업회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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