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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혁명과 진지전,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이홍구기자(창원총국장)
이홍구  |  red29@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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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28  18: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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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기자

지금 대한민국은 혁명이 진행중이다. 그 혁명의 최종 목적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혁명 추동세력을 통해 방향성은 가늠할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은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혁명정부로 규정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나는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청와대 신년인사회에서는 “2017년은 우리 역사에 촛불혁명이라는 위대한 민주주의 혁명의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도 했다.

전방위적으로 벌어지는 헤게모니 투쟁

촛불혁명이란 사실 모호하고 추상적인 단어다. 그러나 촛불혁명이란 수사학적 상징이 구체적인 현실정책과 결합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생존과 이념 그리고 이해관계를 둘러싼 회피할 수 없는 헤게모니 싸움이 벌어진다. 촛불혁명을 구성하는 세력의 층위도 다양하다. 넓은 의미의 불특정 다수 시민에서부터 조직적 좌파 결사체까지 아우르고 있다. 문제는 촛불시위를 조직하고 이끈 핵심세력의 이념적 좌편향이다.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에는 전국 1503개 단체가 가담했다. 이들중에는 통진당 출신들로 구성된 민중연합당 본부와 산하 조직 110여개, 민주노총이 포함됐다. ‘퇴진행동’이 내건 ‘촛불권리선언’은 “촛불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대의(代議)정치를 개혁하고 직접민주주의를 전진시키는 주권자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사실상 인민민주주의를 표방한 것이다. ‘100대 촛불개혁과제’로는 재벌체제 개혁, 불평등사회 개혁, 정치·선거제도 개혁, 공안통치기구 개혁 등을 내세웠다. 특히 외교안보정책으로는 남북당국 회담을 포함한 대화재개와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 복원, 남북간 합의 재확인과 이행,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 추진 등을 요구했다.

지켜내야 할 자유민주주의 체제 정체성

문재인 정권은 ‘퇴진행동’의 지침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우파진영 일부에서는 현재 진행되는 혁명적 정세를 이명박-박근혜정권의 부패와 무능의 결과로 의미를 축소한다. 하지만 사실 혁명의 씨앗은 오래전에 뿌려졌다. 30년전 1987년, 6월항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87체제’는 잉태됐다. 30년이 지나 시민사회의 헤게모니를 획득한 좌파는 이제 권력차원의 혁명운동 완성을 목전에 뒀다. 1980년대 학생운동을 주도한 NL주사파(National Liberation/민족해방)가 결성한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3대 의장이 바로 임종석 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현 정권의 청와대 비서진 1급이상에서 전대협 등 운동권과 시민단체 출신은 22명(35%)이다. 임종석 비서실장의 관할 아래 있는 비서관급 이상 30명 중에서는 17명(57%)에 달한다. 한국 좌파세력은 이탈리아 공산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가 제시한 혁명전략인 진지전(陣地戰)을 따랐다. 정치, 문화예술, 언론, 교육, 법조, 노동 등 각 분야에서 진지(참호)를 구축해 주도권을 장악했다. NL주사파의 전국조직인 전국연합(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이 2001년 ‘3년의 계획, 10년의 전망’으로 불리는 9월 테제, 일명 군자산의 약속을 결의하고 합법 정당운동에 뛰어든 것도 그 일환이다.
좌파세력은 새 정부 출범은 촛불의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이제는 사회전체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래된 것은 죽어가고 있으나 새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위기가 온다’는 그람시의 말을 인용하며 ‘혁명의 속도전’을 외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받아 ‘재조산하(再造山河·나라를 완전히 새로 만든다)’를 약속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체제 정체성과 좌파혁명은 과연 양립할 수 있는가. 영국의 역사학자 폴 존슨은 “폭정 중에서 최악은 사상과 관념이 지배하는 정치”라고 했다. 부역세력, 적폐세력으로 낙인찍힌 우파세력이 이대로 몰락하면 대한민국은 혁명의 끝을 볼지 모른다. 자유를 지켜내기 위한 투쟁은 자유민주공화국 구성원의 권리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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