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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것의 기억
최봉억(김해 계동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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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28  16: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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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억

최근 우리나라는 시베리아 보다 더한 기록적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이 추위가 어쩐지 나쁘지만 않다. 좀 감상적이라 할지 모르겠으나 옛날 생각이 나서 좋다. 이 정도 추위라면 논바닥이나 강가에 얼음이 꽁꽁 얼 것이고 그렇다면 판자나 철사를 이용해 썰매를 만들어 얼음을 지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요즘 추위가 계속되는 만큼, 시간 너머의 일상이 모락모락 떠오른다. 지난 60∼70년대는 마을 대부분 각 가정의 형제자매가 서너명 이상은 됐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노동집약적인 농업이 주산업이었다. 그래서 가족 모두는 농사일을 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가족이 곧 노동력이었던 까닭에 가족 중 어느 누구하나 게으름을 피울 수 없는 시대였다. 모두가 근면 성실 협력해야만 생활고를 이겨낼 수 있었다. 토, 일요일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가사를 돕지 않으면 살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심지어 가을 수확철에는 학교에 나가서도 일정시간 농촌 일손 돕기를 해야 했던 시기였다. 공부를 하는 것인지 일을 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노동이 생활화 돼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중에도 우리들은 친구들과 함께 산으로 강으로 몰려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해가 져서 노을이지고 어두워지는 줄도 모르고 놀다가 뒤늦게 집으로 향한 일이 다반사였다. 요즘도 그 시절 함께했던 친구들을 만나면 그때 일을 떠올리며 함박웃음을 짓곤 한다.

계속되는 영하의 날씨, 강가에 한번 나가보았다. 얼음이 꽁꽁 얼어 있어도 아이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썰매를 타는 아이도 당연히 없었다.

요즘 아이들은 집안에서 노는 것이 다반사이다. 땔감을 하기 위해 지게를 지고 산에 가는 일은 있을 수 없고 강가에 나가 얼음을 지칠 일도 없다. 책이나 컴퓨터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학업에만 열중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이들은 지나친 보호 속에서 살고 있다. 인간에게는 자연을 그리워하는 본능이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원시시대부터 자연과 함께한 본능이 몸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연구가 있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평소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며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조금 춥다고 조금 덥다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집안에서만 뒹굴게 하는 것은 올바른 교육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옛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자라나는 아이들을 조금 강하게 키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최봉억(김해 계동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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